[김태일의 월요논단] 세상에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김태일의 월요논단] 세상에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
  • 입력 : 2019. 04.08(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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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중단되었던 비자림로 확·포장공사가 재개되면서 지역사회 단체의 반발과 비난도 적지 않다. 비자림로를 둘러싼 문제는 이미 2010년에도 사회적 논란거리였다. 당시는 교통사고의 위험이 큰 S구간을 직선도로로 변경하려는 계획이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역시 차량의 원활한 흐름에 두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상구간의 상하행선 하루평균 시속 50㎞/h정도가 유지되고 있어 원만한 교통흐름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확·포장되는 2.94㎞ 구간 도로의 차량속도가 얼마가 빨라질까 경제성도 의문이다. 물론 제주도는 확·포장 공사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이다. 현직 도의원 뿐 아니라 과거 도의원들도 지역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고 제주도에서는 예산이 없어서 정부예산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으로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숙원사업이라고 모든 개발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과거 산지천, 병무천, 한천 복개사업도 주민숙원사업이라는 이름아래 토목공사를 강행했었으나 지금은 난개발로 인해 철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또 다른 당위성으로 삼나무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대상구간 숲은 인공림이고 가치없는 삼나무여서 벌채한 후 제주 고유종인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수종을 교체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참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도 낮은지 놀랍기만 하다.

일제강점기 인공림이 조성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박정희정권이 대대적인 식목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강산은 크게 변하였다. 초기에는 육성 이후 부분적으로 벌목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조성하였으나 벌채 및 가공의 경제적 가치보다는 경관적 가치가 커서 존치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림 역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나무와 숲은 가치가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며 모든 나무와 숲은 자연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인공림과 원시림의 가치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인공림이기 때문에 벌채를 해야 하는가? 특히 논란의 비자림로는 2002년 정부로부터 선정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의 일부이다. 길이라는 특성상 부분적으로 경관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이 길에는 연속적인 생태숲의 환경적 가치뿐만 아니라 경관적 가치 즉 공공성의 가치가 크다면 더욱 큰 가치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 재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제주의 개발에 대한 신뢰와 철학을 생각해 보며 필자가 오래전에 언급했던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결어(結語)를 대신한다.

"높고 크게 만드는 것이 발전이요 성장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작지만 아름다운 건축의 가치를 아는 것, 약간 불편해도 지형변경의 최소화를 위해 고민하는 것, 휘어지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펴고 싶은 유혹을 참는 것, 이 땅위의 나무와 풀 한 포기도 소중히 하는 것, 가진 것을 모두 개발하기보다는 비워두고 남겨둠으로써 미래에 더 적절히 대응할 여지를 마련해 주는 것, 이러한 것들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후세를 위해 하여야 할 일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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