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1년만에 '4·3의 비극' 공식 사과한 군·경

[사설] 71년만에 '4·3의 비극' 공식 사과한 군·경
  • 입력 : 2019. 04.05(금)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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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도민이 희생당한 비극적인 사건이자 '기막힌 역사'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당시 제주섬은 '인간 사냥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일원이 행방불명이 됐다고, 산에 숨었다는 이유로 사선을 넘나들어야 했습니다. 양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경찰이 이들을 무차별 잡아가두거나 학살한 것입니다. 그렇게 4·3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자행되면서 무고한 도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마침내 국방부와 경찰청이 71주년 4·3을 맞아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국방부는 3일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가 4·3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입니다. 방미중인 정경두 국방장관을 대신해 서주석 차관이 서울 광화문 추념식장을 찾아 헌화하고 4·3 영령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경찰 총수도 사상 처음으로 민간에서 주도한 4·3사건 추념식에 참석해 유감을 표명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했습니다. 이날 광화문 추념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정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공식 사과한 것입니다.

4·3의 위상은 이처럼 달라지고 있지만 일부 정치권은 여전히 4·3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아 실망스럽습니다. 엊그제 4·3추념식에 참석한 각 정당 대표들이 "4·3은 다시 반복돼서는 안되는 비극의 역사"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4·3특별법 개정안 국회 처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을 보탰습니다.

그런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래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이 함께 생각하면 좋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은 겁니다. 사실 4·3특별법 개정이 장기간 표류하는 이유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잘못이 큽니다. 이해찬 대표가 "지금 야당이 법안소위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 처리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한 야당이 바로 자유한국당입니다. 자유한국당은 4·3을 바로보는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무슨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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