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 넘어 처음 초청받은 4·3추념식

구순 넘어 처음 초청받은 4·3추념식
제주도의회 2일 생존수형인 초청 간담
김정추·김묘생·변연옥·송순희 할머니
전주형무소 수감 후 70여년 만에 해후
  • 입력 : 2019. 04.02(화) 18:05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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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당시 전주형무소에 수감돼 억울하게 옥살이했지만 과거를 숨기고 살던 구순의 할머니들이 제주도의회 초청으로 71년 만에 4·3추념식에 초대받았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4·3 당시 전주형무소까지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제주 출신의 할머니 네 분이 4·3 발발 71년 만에 처음으로 4·3추념식에 초대를 받았다. 동갑인 변연옥 할머니와 송순희 할머니는 제주공항에서 해후하자마자 7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서로를 기억해냈다. 제주에 살면서도 숨어지냈던 94세의 김묘생 할머니와 동생한테도 수형 생활을 숨겼던 김정추 할머니는 처음으로 아픔을 드러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2일 도의회 의장실에서 4·3 수형 생존피해자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4·3도민연대(대표 양동윤)가 새로 확인한 4·3 생존수형인 12명 가운데 김정추(88, 부산), 김묘생(94, 표선), 변연옥(93, 안양), 송순희(93, 인천) 할머니가 가족들과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4·3 당시 해녀 모집 서류라는 말에 속아 남로당 가입 신청서에 도장을 찍었다가 훗날 서귀포경찰서에 끌려간 뒤 군법회의를 거쳐 1년을 선고받고 전주형무소에 수형된 공통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이후 김정추·김묘생 할머니는 전주형무소에 계속 수감됐지만 변연옥 할머니는 서대문형무소, 송순희 할머니는 안동형무소로 이감됐다가 모두 2개월 감형을 받아 10개월 복역 후 제주로 돌아왔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예비검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았지만 김정추·변연옥·송순희 할머니는 '빨갱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주를 떠나야 했다. 제주에 남은 김묘생 할머니도 가시리에서 난산리로 거처를 옮긴 뒤 가족들에게도 숨기고 이웃들을 멀리한 채 혼자 살아갔다. 젊어선 손가락질을 받고, 나이가 들어선 자녀들이 연좌제 피해를 봐야 했기에 자신들의 존재를 철저히 숨겨야 했다.

 김태석 의장은 간담회에서 "어르신들한테 진 빚을 갚으려고 초청했다. 일찍 해드려야 마땅한 도리인데 너무 늦어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김 의장의 인사에 김정추 할머니는 "날개가 없어서 날 수가 없을 뿐"이라고 기쁨을 표시했다. 변연옥 할머니는 "(송순희 할머니를)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하느냐"고도 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재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18명의 생존수형인 중 활동이 가능한 10명과 함께 3일 제71주년 4·3추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4·3추념식의 메인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바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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