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과 제주로 통하는 항로가 같아서일까. 요즘 제주공항은 '봄의 전령'들의 전초기지다. 꽃향기를 잔뜩 품은 전령들이 남해를 넘어 전국 각지에 있는 공항을 통해 반가운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 길을 따라 제주를 찾는 여행객의 발길들도 유난히 분주하다. 때때로 봄은 형형색색 여행객의 옷차림 속에 숨어 온다. 오히려 계절의 속도보다 빨리 찾아와 설렘 가득한 기운을 여객청사 곳곳에 가득 채우기도 한다. 공항에서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봄은 제주공항에 특별한 계절이다. 월평균 공항 이용객이 250만명을 넘어서고 지역의 관광을 포함한 연계 산업들도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는 시기다. 제주공항은 겨우내 묵은 때를 씻어내는 대청소에서부터 해빙기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까지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새봄을 맞아 공항 이용객을 위해 색다른 행사들도 준비했다. 특히 올해에는 제주 지역만의 특색을 소재로 '공항에서 즐기는 뜻밖의 즐거움'을 목표로 삼았다. '귤 향기 나는 문화 이벤트'가 그것인데, 제주 문화와 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아가 지역 내 사회적 기업의 다양한 제품들도 체험하고 홍보할 수 있는 장도 함께 만들어 가려 한다.
그런데?'봄의 전령'들의 바쁜 움직임은 반가운 꽃 소식만 주지 않는 것 같다. 항공기 운항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바람'과 '시정'을 꼽는데, 모두 봄철에 나타나는 변화무쌍한 날씨들이다. 한마디로 항공기 운항을 방해하는 복병인 셈이다. 특히 제주공항은 한라산의 지형효과 때문에 '윈드시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윈드시어는 '바람'과 '자르다'란 단어가 결합한 기상 용어로 짧은 시간에 바람의 방향과 강도가 급격히 변하는 현상이다. 공항기상대에서는 '바람이 돈다'라고 표현하며, 예보에 애를 먹는 고약한 기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근래 제주공항에 발령된 윈드시어 경보는 2016년 5월에 170여편을 결항시킨 바 있다. 지난달 3월에는 총 14일에 걸쳐 경보가 발령됐는데, 특히 20일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26m의 강한 바람과 함께 저녁 시간대 출발 항공기 46대를 결항시키며 여행객의 발이 묶이는 불편을 겪게 했다. 불가피한 비정상 운항 시에는 무엇보다 관계기관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제주지방항공청을 중심으로 실시간 운항 정보를 공유ㆍ전파하고, 각 항공사는 승객에게 결항 및 운항계획을 신속히 전파하는 등 모든 채널을 동원해 이용객의 혼란을 최소화했다. 도청에서는 택시와 버스의 원활한 공항 유입을 지원하며 불편 최소화에 발 벗고 나섰다. 모든 관계자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4월에 이르니 공항으로 이어진 전농로에 벚꽃이 가득하다. 외곽 해안선을 따라 군락을 이룬 유채가 절정을 뽐내고, 그 끝자락에선 동백이 완연한 봄을 제각기 알린다. 봄은 제주공항에 숭고한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해 제주도 등 4개 기관이 협약식을 하고 공항 남북활주로 주변에서 4·3 희생자 유해발굴을 재개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아직 생생하다. 봄이 오가는 역사 속에서 현재의 제주공항이 만들어졌음을 기억한다. 제주공항 모든 종사자는 경건한 마음으로 4·3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도민과 관광객을 위해 안전하고 편리한 항공기 운항으로 보답해 나가겠다. <김수봉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