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식의 특별기고] 제주특별법에서 소외된 문화 정책

[양영식의 특별기고] 제주특별법에서 소외된 문화 정책
  • 입력 : 2019. 04.01(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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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독일의 철학자 리케르트가 처음으로 문화라는 영역을 설정한 이후 한 세기만에 문화의 가치는 경제력으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2차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자국의 문화유산과 예술에 대한 전폭적 정책지원이 이루어졌던 국가들은 관광정책과 연계되어 명실공히 문화국가로서 경제적 창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를 전후하여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 유산과 경관자원을 활용한 지역문화권사업이 도시계획에 접목되고 있고, 문화유산의 세분화된 보호 관리와 국제다중보호 노력들이 진행되면서 국가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들이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14년 문화기본법과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으로 문화는 국민의 권리로서 삶의 질 향상을 통해 국가발전의 가치로 재해석되고 지역단위의 중요정책으로 가져가게 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단순한 문화유산 관리차원이 아닌 최근에는 국민의 삶의 질을 내포한 도시재생, 도시계획에서 조차 도시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제주 역시 2006년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런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위하여 12년 동안 5차례에 걸친 4573건의 제도개선이 이루어 졌다. 그 가운데 문화부서에서 진행되었던 제도개선은 전체의 1%인 47개로 비디오물 허가와 사립도서관 등록에 대한 사무이양 뿐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국제자유도시 여건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었다. 제주특별법의 목적만을 볼 때는 세계유산과 탐라문화, 인류의 무형유산에서 오는 독특하며 메리트 있는 제주의 정체성을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 특별법에서 제시하는 문화진흥 조항을 보면 향토문화예술진흥계획 수립과 영상, 언론, 공연, 도서관, 체육시설에 대한 특례뿐이다. 여기에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앞서 제주의 미래 방향성 제시를 위한 기초 연구 조사에 대한 의무가 빠져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는 급격한 이주민 증가, 넘쳐났던 관광객, 과거의 원경관과 조화롭지 못한 인공도시의 기능 속에서 제주의 독특함을 상실해 나가고 있다. 지역문화권을 어떻게 조성하느냐가 지역가치로 부활을 꾀할수 있지만 아직 그에 대한 준비는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물론 제주도정도 할 말은 있다. 특별법의 당초 목적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개선의 가장 큰 흐름은 국제적 이동과 편의에 편중된 개선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제도개선은 정체불명의 제주형 개발에 그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제주의 기본적인 역사문화 조사가 없는 한 중심뿌리가 없는 개발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마침 6단계 제도개선에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가야한다는 특례를 요구하였다. 여기에도 제주 정체성을 살려 경제성을 가진 도시로 진행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 구축을 위한 조사 연구 기능은 없다.

문화 분야의 특례도 좋지만, 제주의 원형을 개발사업과 조화롭게 연동되어지기 위해서는 기초연구기관의 설립을 근거로 두어 정당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이 도민이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제주 미래비전을 담은 도민을 위한 법으로 탈바꿈하는데 맹아로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영식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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