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철의 월요논단] 미세먼지와 삼나무 꽃가루, 흐릿해지는 제주의 어메니티

[정구철의 월요논단] 미세먼지와 삼나무 꽃가루, 흐릿해지는 제주의 어메니티
  • 입력 : 2019. 04.01(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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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 제주의 풍광, 신선한 공기,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정취, 온화한 기후는 참 독특했었다. 최소한 몇 년전 까지는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겨우내 움츠러 있던 신체에 활력을 주기 위해 야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대기환경으로 미세먼지를 걱정하며 야외활동은 고사하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해야하는 일상이 되었다. 대기 오염 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문제는 국지적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동북아시아 전체 국가들이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얼마 전 정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를 출범시킬 것이라 한다. 국제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켜 해당국가들 간 협력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일 것이다.

우리 제주도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Glocal 마인드로 독자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역할의 한계 안에서라도 작금의 대기 상황을 인접한 중국 지방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알리는 노력과 과학적 증거 자료들을 축적시켜 향후 본격적 논의의 중점 과제에서 밀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이 계절이 되면 많은 도민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있는데 삼나무 꽃가루가 그 하나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기 전 까지만 해도 이 시기에 도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대기요인으로는 삼나무 꽃가루 문제가 가장 컸다. 알러지와 아토피 원인 물질로도 알려진 삼나무 꽃가루와 건초 분말이 제주도 전역에 흩날리면서 많은 도민들이 건강을 위협해 왔다. 속성수인 삼나무가 감귤원 방풍림으로 각광을 받으며 식재될 때만 해도 부작용은 고려되지 않았던 듯하다.

60~70년대를 살았던 세대들은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식목일에는 전 학교 학생들이 동원되어 헐벗은 오름과 중산간 지대에 식목행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그때 식목했던 삼나무들은 외래 수목임에도 제주 환경에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방풍림으로서 기능을 잘 감당했다. 감귤원 주위와 도로변에 심겨진 삼나무들은 크고 높게 자라는 특성으로 멋진 장면을 연출시키기도 한다. 지금 제주도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교래 지경 도로 역시 곧게 뻗은 삼나무로 인해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나무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좋지만 이 시기에 흩뿌려 지는 꽃가루 부작용을 무시하고 관광객들을 위해 어느 때 까지고 불편을 감수하며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제주도가 그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를 베어냈다고 전국적으로 비난을 받았는데 부작용에 대한 도민설득 논리가 부재했던 건 아니었을까? 방풍림으로서 삼나무는 여전히 바람직한 것인가? 시각적 아름다움이 있고 부작용 없는 대체수는 없을까? 행정 당국에서는 범도민적인 논의를 거쳐 대안을 찾아주길 희망한다.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알러지와 아토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제주의 어메니티를 마음껏 즐기며 야외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일 듯하다. <정구철 前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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