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들려온 영국 소년들 읊조림 낯설지 않네

제주로 들려온 영국 소년들 읊조림 낯설지 않네
미카일 카리키스 영상설치전 3월 29일부터 아트스페이스씨
영국 동남부 마을 공동체 배경 아이들 미래 담은 '두렵지 않아'
  • 입력 : 2019. 03.26(화) 20:3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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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일 카리키스의 '두렵지 않아'.

영국 동남부의 아일 오브 그레인. 녹슨 외관의 건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듯한 숲 등을 배경으로 13~14살 소년들이 랩을 흥얼거린다. 철거되는 산업 현장의 소음을 딛고 미래의 어느날을 그려보는 아이들의 노랫말엔 황량해진 마을의 어제와 오늘이 배어난다. "우리 가는 게 맞는 걸까"란 어느 아이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달 29일부터 4월 11일까지 제주시 중앙로 아트스페이스씨(관장 안혜경)에서 '두렵지 않아(Ain't Got No Fear)'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미카일 카리키스의 영상설치 작품이다. 아트스페이스씨 전시는 영국 탄광노동자를 불러온 '땅 밑에서 울려오는 소리', 제주에서 길어올린 '해녀'에 이어 세번째다.

그리스 태생으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재료는 소리, 특히 목소리다. 안혜경 관장은 "소리가 영상과 결합해 공동체에 응축된 삶을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 전시 공간을 휘감는 독특한 공감력을 그의 작품에서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번 역시 영국의 마을 공동체를 배경으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젊은 세대에게 드리운 그늘을 담아냈다. 빈곤의 대물림 등을 다루고 있지만 잘짜인 10분짜리 단편영화 같은 영상은 마냥 무겁지 않다. 비밀스러운 지하 은신처 등 어른들의 눈을 피하는 아이들의 놀이는 권위를 전복하는 상상력으로 이끈다.

개막 행사는 첫날 오후 7시에 열린다. 제주대 서영표 교수가 '신자유주의 시대 영국 사회의 양극화와 사회적 불만'을 주제로 강연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통한 불로소득이 정당한 것으로 인정받는 시장맹신주의의 사회로 전락한 영국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본다"며 강연에 부친 말이 지금, 여기의 현실과 멀어 보이지 않는다.

3월 30~31일, 4월 6~7일에는 갤러리 지하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사회참여파 감독인 켄 로치의 영화 상영이 예정됐다. 3월 30~31일엔 박하재홍이 진행하는 자기표현 랩 워크숍이 마련된다. 선착순 10명을 모집하고 있다. 문의 064)745-3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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