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문화광장] 제주 조상굿을 4·3해원굿으로 창작한 마당굿 ‘동이풀이’

[문무병의 문화광장] 제주 조상굿을 4·3해원굿으로 창작한 마당굿 ‘동이풀이’
  • 입력 : 2019. 03.26(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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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연 예정인 창작마당굿 '동이풀이'의 내용을 미리 소개한다.

'동이풀이'의 주인공 양씨 아미는 얼굴 곱고, 소리 좋고 춤 잘 추는 아이라 '눌미' 와산에서는 소문이 자자했다. 양씨 아미에겐 세 명의 오라비가 있었는데, 큰 오라비는 강단이 세어 누이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미워했고, 아래 두 오라비는 양씨 아미의 재주를 아까워하며 사랑했다. 7, 8세 때부터 양태청에 나가 심방노래도 부르고, 친구들의 일을 미리 점쳐 예언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소리도 잘하고, 점치는 재주도 좋으난, 심방해시믄 좋으켜." 양씨 아미는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새벽에 몰래 물 길러 갔다가 어욱삥이(억새)를 뽑아 신칼 삼아 춤을 추고 노래도 불렀다. 15세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와흘리 김씨 선생이 와 귀양풀이(굿)를 하고 돌아갈 때 그를 몰래 따라 나섰다.

"삼촌, 나도 심방질 배우쿠다." "아이구, 큰오라방 알민 죽을 일이니, 어서 돌아 가라." 하니 양씨아미는 미쳐서 정처 없이 헤매어 돌아다녔다. 작은 오라비들이 동생을 겨우 찾아내었다. 아이구 설운 나 동생아, 어서 집에 가자. 네 소원(所願)을 들어주마 달래어 집으로 데려왔다. 큰 오라방은 양씨 아미를 방안에 가두고 밖으로 잠가버렸다. 밥 한끼 안 주고, 오뉴월 염천에 물 한 모금 아니 주었다. 그때마다 작은 오라비들은 큰형 몰래 대접에 물을 떠다 창고망을 뚫고 보릿대로 "설운 동생아, 이 물이나 뽈아먹엉 목이나 잔질루라(축이거라)."하며 물을 빨아 넣어 주었다.

스물 한 살 되던 해, 큰 오라비는 도고리에 개를 삶아 큰 마당에 내어놓고, 양씨 아미를 머리채를 휘어잡고 질질 끌어다가 개장 국물을 억지로 먹이고 개 국물에 목욕을 시켰다. 양씨 아미는 새파랗게 죽어갔다. 마음씨 착한 양씨 아미는 죽어서 서천 꽃밭에 갔다. 서천꽃밭에 들어가니, 신소미(仙女)들이 나와 "아이구, 저 아이 얼굴도 곱다."하며 손목을 잡고 서천꽃밭으로 인도하여 은동이 놋동이 내어주며 꽃밭에 물을 주라 하였다.

어느 날 꽃감관, 꽃성인이 꽃밭을 살피러 왔다. 양씨 아미가 물을 준 꽃들은 다 시들어 검뉴울꽃(시들어 죽어가는 꽃)이 되어 있었다. 양씨 아미를 불러 들여 개 국물에 목욕을 했기 때문에 부정이 많다 하여 인간 세상으로 쫓아버렸다. 양씨 아미는 인간 세상에 돌아와 혼백은 있으나 몸체가 없어 이승도 못 가고 저승도 못 가 비새 같이 울고 있었다. 그러다가 굿판을 찾아가는 고적적을 만나 따라가 그 집안의 조상이 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창작 마당굿 '동이풀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 이상이 된 양씨 할망을 살려내기 위하여 그 집안의 조상신을 놀리는 '동이풀이'를 오늘의 시점에서 재구한 것이다. 그리고 굿을 통하여 산 사람을 병들게 한 4·3트라우마를 '풀이'하는 역사적 해원굿 형식으로서의 '굿'과 내용으로서의 '한'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삶속에 내재한 도민의 역사의식과 삶의 지혜를 발견하고, 마당굿을 통하여 제주적인 것을 계승하려 하였다.

<문무병 마당굿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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