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으라, 미술로 침묵을 깼던 그날처럼

깨어 있으라, 미술로 침묵을 깼던 그날처럼
탐라미술인협회 4·3미술제 4월 3일 이아갤러리서 개막
인니 등 국내외 50명 출품…'4·3과 여성' 바농 워크숍
예술감독제 폐지 "작가 스스로 훼방놓기로 다시 보기"
  • 입력 : 2019. 03.24(일) 16:4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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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야(經夜)'란 이름을 내건 스물여섯 번째 4·3미술제(본보 3월 6일자 8면)에는 국내외 작가 50명이 참여한다. 2014년 이래 네 차례 예술감독 체제로 전시를 이끌어왔지만 이번에는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온전히 탐라미술인협회가 주최·주관을 맡는다. 초대 작가수(32명)는 탐미협 출품 회원(18명)의 갑절에 가깝다.

이번에 처음 4·3미술제에 발디디는 이들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이종구 작가 등 강원도에서 전남 광주까지 14명에 이른다. 유년의 체험을 바탕으로 1965년 인도네시아 대학살을 작업의 화두로 붙들어온 다당 크리스탄토, 지난해 4월 남북 경계선을 넘는 두 정상의 모습을 담아낼 사진가 세이풀 보엔 등 인도네시아 작가 4명도 4·3미술제와 인연을 맺는다.

30명 넘는 초대 작가들이 선뜻 4·3미술제에 동참할 수 있었던 건 매해 제를 올리듯 미술로 4·3 희생자들을 애도해온 탐미협 회원들이 공이 크다. 그래서 50명의 작가 중에서 김수범 박경훈 오석훈 등 4·3을 발설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미술로 그날을 말해온 탐미협 회원들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이종구의 '조천면 북촌리 2688번지-봄'.

전시는 4월 3일부터 30일까지 제주시 중앙로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에서 펼쳐진다. 개막 행사는 4월 3일 오후 4시30분에 마련된다. 이 기간에는 수요일(4월 3일 제외)과 금요일에 '제주4·3과 여성'을 주제로 '바농 워크숍'이 이어진다. 관람객들이 4·3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여성들에게 건네고 싶은 한 문장을 한땀 한땀 바느질로 수놓는 작업이다.

출품 작가 워크숍도 잇따른다. 4월 2일 오후 3~6시에는 이아에서 '워크 토크'가 진행되고 4월 3일에는 4·3희생자 추념식을 찾은 뒤 북받친밭으로 향할 예정이다. 4월 4일에는 무명천 할머니 삶터 등 4·3유적지를 돌아본다.

양미경 탐미협 대표는 "예술감독제로 거둔 성과도 있었지만 작가 스스로 훼방 놓기를 통해 다시 보기가 필요하다"며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준 배경을 설명한 뒤 "주머니를 털어 4·3미술제를 이어왔던 지난 날을 자축하며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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