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의 목요담론]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탐방에 대한 제언

[이성용의 목요담론] 세계자연유산 한라산 탐방에 대한 제언
  • 입력 : 2019. 03.21(목)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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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연간 100만명 이상의 탐방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 있는 산이다. 지난 3월 초, 오랜만에 멀리 있는 지인들이 제주를 찾아와, 제주만의 독특함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다고 했다. 스스럼없이 한라산을 가자고 했고, 우리 일행은 한라산 백록담도 보기로 하고 산행을 했다.

우리는 백록담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 중에 성판악코스를 선택했다. 주말이라서 탐방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여 아침 일찍 출발하였지만, 오전 7시쯤인데도 불구하고 탐방로 입구에는 탐방객들이 많아 내부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었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안내방송에 따라 5·16도로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성판악탐방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날씨는 햇볕없이 흐리지만 탐방로변 나무들은 활엽수가 많아서인지 기온은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정도로 포근했다. 속밭대피소를 지나고, 진달래밭휴게소를 지나는 동안 20대 학생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학창시절의 추억과 현재의 일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진달래밭 이후 구간에서는 얼어붙은 구간도 있어서 엉금엉금 탐방로변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목적지인 백록담에 도착해보니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으려는 탐방객들이 줄지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백록담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한라산 탐방로는 목재탐방로, 돌로 된 구간, 야자매트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걸을 때 느껴지는 촉감과 발의 피로감을 고려한다면 돌로 된 구간이 제일 힘들었다. 그러나 탐방로의 많은 부분이 돌로 된 구간이 많아 보였다. 탐방로 훼손도 막아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탐방객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탐방할 수 있는 여건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판악 입구부터 한라산 정상까지 오르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동무가 되었던 한 무리의 청년들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25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는 현위치표지판에 표시된 4-1에서 4-36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친구야, 하나씩 늘어나는 4-00은 무엇인지 아나?" 옆 친구가 대답했다. "몰라, 하지만 자꾸 하나씩 늘어나고, 다리에 힘도 빠지고 발은 아파오는데, 언제 끝날지 몰라서 더 힘들다."

아! 우리는 왜 이렇게 올라갈 때는 모르고 내려올 때만 알 수 있도록 표지판을 만들어서 청년들을 힘들게 했을까? 그래서 관리운영상의 세부적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성판악탐방로 4-1 표지판 번호 밑에 작은 글씨로 4-1/36 으로 표시해주거나 별도로 현위치표지판에 대한 부가적인 안내를 한다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탐방객들이 올라갈 때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보다 더 수요자 입장에서 탐방안내 방법이 시행된다면 좀 더 행복한 산행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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