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직전 전사… 아버지 유해 꼭 찾았으면"

"휴전 직전 전사… 아버지 유해 꼭 찾았으면"
20일 제주에서 첫 '6·25전쟁 유해발굴 사업설명회' 개최
제주 미수습 전사자 1300명 육박… 참전용사도 증언 나서
유가족 가운데는 66년 만에 아버지 사망 장소 확인하기도
  • 입력 : 2019. 03.20(수) 16:38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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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0일 제주시 칼호텔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증언청취 및 유해발굴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가운데 전사자 유가족들이 국방부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오늘에서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소를 알게 됐습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부디 아버지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변자생(71) 할머니의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1953년 7월 17일 전사했다. 변 할머니가 5살, 휴전이 이뤄지기 불과 10일 전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느 곳에서 전사했는 지는 알 수 없었다. 1957년 국방부에서 날아온 '전사 확인증'에는 "OO지구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우고 애석하게도 전사했다"는 문구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66년 동안 답답한 마음을 안고 살았던 변 할머니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 20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증언청취 및 유해발굴 사업설명회'를 통해 아버지가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전투'에서 전사한 사실을 알게된 것이다.

 

변자생 할머니에게 국방부가 보낸 '전사 확인증'. 송은범기자

이날 사업설명회는 국방부가 6·25 당시 전사한 유해 소재에 대한 참전용사들의 제보를 받고, 아직 친족의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들에게 유해발굴에 대한 절차와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제주에서는 1600여명의 참전용사가 거주하고 있으며, 제주 출신 전사자 2000명 가운데 1300명은 아직도 유해가 수습되지 않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변 할머니는 "아버지의 전사 확인증을 국방부 관계자에게 보여주니 곧바로 돌아가신 장소가 확인됐다"며 "백암산 전투는 1953년 7월 18일 종료됐는 데, 아버지가 하루 전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니 안타깝다. 이제라도 아버지의 유해가 발견돼 제주에 모시고 싶다고"고 말했다.

 

국방부가 20일 제주시 칼호텔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증언청취 및 유해발굴 사업설명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전용사들이 자신이 싸웠던 장소를 지도로 되짚어 보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이날 설명회에서는 6·25전쟁에 참가했던 제주 출신 참전용사에 대한 증언 청취 작업도 이뤄졌다.

 지난해 '18살 소대장'으로 본보와 인터뷰를 했던 오동진(86)씨는 "백마고지 전투 당시 많은 아군이 전사했지만, 포탄이 4만여발 투하되는 등 치열한 전투로 인해 대부분 수습을 하지 못했다"며 "특히 포탄으로 인해 지형이 완전히 함몰되면서 해당 지역은 1m 이상의 흙먼지로 뒤덮여 버렸다. 백마고지에서 유해를 발굴하려면 다른 곳보다 더 깊숙히 파야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국방부에 조언했다.

 

지난해 '18살 소대장'으로 본보와 인터뷰를 했던 오동진(86)씨가 참전용사 자격으로 당시 전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송은범기자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이제서야 제주에서 유해발굴 설명회를 개최하게 돼 유가족들에게 송구스럽다"면서도 "앞으로 발굴과 유가족 DNA 샘플 채취 확대를 통해 선배 전우들이 하루빨리 우리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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