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와 수면

[박준혁의 건강&생활] 치매와 수면
  • 입력 : 2019. 03.20(수)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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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인구의 약 50%가 수면문제를, 치매 환자의 80%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초저녁 잠은 많아지고 새벽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일주기 리듬이 앞으로 당겨져서 아침에 일찍 깨어나고 초저녁에 졸음을 느낀다. 또한 치매환자는 낮 동안의 활동이 줄고 빛에 대한 노출도 감소하여, 수면의 중요한 호르몬인 멜라토닌 리듬이 감소하고 수면의 일주기를 담당하는 부위가 퇴화한다. 이런 이유로 치매환자는 더욱 더 밤 동안에 자주 깨고 깊은 잠을 못 이룬다. 밤이 되면 흥분과 불안 등의 정신행동증상을 동반하면서 잠을 못 이루면서 배회하는 치매환자의 수면장애는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행동증상으로 치매환자들을 시설에 조기 입소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수면 문제는 치매의 증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또한 치매의 원인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면이 부족하면 뇌 속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늘어나고, 이 성분이 지속적으로 많아지면 뇌 속에 일종의 찌꺼기가 쌓이고, 이로 인해 인근 뇌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손상된다고 한다. 또한 국내의 연구에서는 정상 노인은 누워서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길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40% 높아지고, 수면 시간이 8시간 이상이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70% 높아진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수면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운동만큼이나 치매 예방을 위해서 중요하다.

치매환자의 수면장애를 치료 할 때 약물치료 이전에 비약물적인 치료적 접근이 필요하다. 치매환자의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수면환경의 개선과 낮 동안에 육체적, 사회적 활동량을 증가하는 생활 습관 개선, 식이 교정, 낮잠의 횟수와 시간을 제한하는 방법 그리고 낮 동안 밝은 빛에 대한 노출을 증가시키는 환경개선만으로도 치매환자의 수면문제는 크게 개선된다. 예로 치매환자의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각 보건소에 있는 치매안심센터에 프로그램을 참여하거나 일상생활능력 저하가 뚜렷한 환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의 주간보호센터 시설을 이용하도록 하면 수면문제뿐만 아니라 환자의 정서적 안정, 인지기능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비약물적인 치료적 접근에도 치매환자의 수면문제가 지속된다면 결국은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약물사용은 젊은 사람에 비해서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증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면효과가 있는 대부분이 약물들은 환자의 보행 및 운동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지러움, 보행장애, 낙상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을 드시는 시간도 저녁식후가 아닌 저녁 9시 넘어서 드셔야 새벽까지 깨어나지 않고 주무실 수 있다. 환자의 신체적 질환, 정신과적 동반질환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약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꼭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다.

노인의 수면문제는 치매의 중요한 원인일 뿐만 아니라 치매환자의 수면문제는 환자의 가족들의 기능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심각한 문제지만, 치매의 다른 정신행동증상보다 더 쉽게 조절 가능한 증상이다. 가족과 치료진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대응과 치료가 필요하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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