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빛나는 저 별 비추는 곳에 봄꽃 같은 생명력

크고 빛나는 저 별 비추는 곳에 봄꽃 같은 생명력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가로 5m 신구법천문도·김홍도 수노인도 등 제주 나들이
한라산 정상서 포착한 노인성 밤풍경 담은 영상도 공개
  • 입력 : 2019. 03.18(월) 19:1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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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신구법천문도'. 사진=국립제주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의 '복록수 삼성'.

조선 중기의 시인 임제. 제주목사로 있던 아버지 임진을 보기 위해 1577년 11월 3일 제주로 향했던 그는 '남명소승'이란 기행문을 남겼다. 음력 2월 한라산 등반에 나선 임제는 존자암 스님에게 노인성(老人星)에 관한 말을 듣는다. 스님이 스무 해 가까이 암자에 머물렀지만 그 별을 본 적이 없다고 하자 임제는 '남명소승'에서 "내가 저 노인성을 옮겨다 하늘 복판에 걸어두고 온 천하를 장수하는 세상 만들 수 없을까"라고 적었다.

살아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보기 어렵다는 노인성.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유식)이 그 별에 얽힌 이야기로 2019년 첫 특별전을 펼친다. 이달 19일부터 열리는 '무병장수의 별 노인성, 제주를 비추다'전이다.

'남극노인성','수성', '카노푸스' 등으로 불리는 노인성은 고도가 낮아 실제 관측이 어렵다. 우리나라는 제주에서 가장 잘 보인다.

크고 빛나는 노인성은 군주의 수명 연장과 더불어 나라의 운명을 점치던 별이었다. '고려사' 등에 노인성을 위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국조오례의서례'에도 노인성제가 소개됐다.

옛 사람들은 노인성의 화신인 커다란 두상의 수노인을 그려 그 별을 지상에 품었다. 김홍도가 남긴 그림에서 제주에 전해오는 민화까지 장수하는 삶을 축복하고 기념했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 시절 노인은 단순히 '늙은 사람'이 아니라 인격의 완성체를 뜻했다.

전시장에는 전통시대 하늘을 고스란히 옮겨다놓은 가로 5m, 세로 2m 크기'신구법천문도', 김홍도의 '수노인도'와 '복록수 삼성', 19세기 제주목사 이규원의 8대조가 참여한 '남지기로회도(숭례문 밖 연꽃 핀 물가에서의 모임)' 등이 나왔다. 별자리가 그려진 '제주효제문자도', 백록을 탄 신선이 사는 한라산이 담긴 '제주도도(濟州島圖)', 김정의 '충암집', 노인성을 주제로 시를 지은 과거시험 답안, '표해록'을 쓴 제주사람 장한철이 바다에서 노인성을 본 기록 등은 제주와 노인성의 깊은 인연을 전해준다.

제주대박물관이 소장한 '제주효제문자도'. 문자도 위쪽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한라산에 올랐던 임제가 못보고 떠난 노인성은 지금 국립제주박물관에 떠올랐다. 양수미 학예사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한라산 정상을 밟았고 네 차례 시도 끝에 드론과 타임랩스 기법을 활용해 노인성이 뜨는 밤풍경을 붙잡았다. "노인성은 선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서귀포 앞바다 문섬과 범섬 사이로 떠오른 별빛이 우릴 잠시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으로 이끈다.

6월 16일까지 계속되는 특별전 기간 어린이와 가족, 65세 이상 어르신 등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이 10종 44회 이어진다. 박물관 누리집(jeju.museum.go.kr)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64)720-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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