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의 월요논단] 제주70년 발전실록 출판 의미를 새기면서

[양영철의 월요논단] 제주70년 발전실록 출판 의미를 새기면서
  • 입력 : 2019. 03.18(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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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에 한라대학교 대강당에서 정말 뜻있는 행사가 있었다. 제주행정의 70년사를 생생하게 정리한 '제주70년 발전실록-1946년~2016년'을 출판기념회가 열린 것이다. 이 책은 비롯 글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이 아닌 전직 관료들이 직접 기술하였다. 이 책은 70년 동안 제주도정 모든 정책 중 수면에 나타난 것만 아니라 그 과정에 묻혀 두었던 과정들까지 포함시켜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행정사와 차별이 된다. 더욱 뜻있는 것은 제주도행정동우회(회장 김호성)가 이 대작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어느 지역이나 행정동우회가 있지만 대체로 친목계 비슷한 역할에 머문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행정동우회는 우리나라에서는 전후무한 이 작업을 3년간의 노력 끝에 옥동자를 만들었다. 이 책은 당사자들이 집필한 책이라는 점 외에 학자들이 쓴 책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점이 있기에 이 책을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자료수집의 적실성이다. 학자들은 이와 같은 역사적 서적을 저술할 때 가장 힘든 작업이 자료수집이다. 특히 행정사를 쓰는 경우가 거의 그렇다. 관계 공무원들은 아무리 자신들의 기관에 대한 역사를 쓰다고 해도 자료제공에 매우 까다롭다. 공식적인 자료도 얻기 힘든 판인데 이 책처럼 비공식 자료나 관련 공무원들이 채록을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제주도정의 역사를 수면 위와 밑 모두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두 번째, 검증의 문제다. 지방행정사를 작성할 때 또 다른 두려움은 검증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방행정사는 관련 인사들이 수많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다. 행정사 출판전후에 항의는 보통이고, 심지어 소송까지 가는 예가 허다하다. 때문에 한 획, 한 획을 검증에 검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검증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작 해야 자문위원들이 해 주는 몇 마디 정도가 학자가 쓰는 검증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실록은 도정의 역사를 행한 당사들이 집필하였기 때문에 당사들 간의 검증이라는 자동검증 시스템이 발동한 것이다. 때문에 제주도정의 역사에 대한 오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래서 출판회가 성황을 이룬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일반 관료출신들이 하기 힘든 잘못된 정책을 과감하게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서는 현직일 때나 퇴임하여도 잘 한 것도 크게 자랑하지 않지만 잘못한 것은 결코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 문화로 굳여 있다. 이는 물론 행정과정이 하도 많은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분명하게 알기가 힘들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공무원들은 그 잘못된 과정을 학습과정으로 알고 싶어 한다. 시행착오에 대한 재발을 위해서다. 그럼에도 전·현직 공무원들의 정책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침묵이 최고의 선이다'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제10장에 '개발과정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라는 제목으로 4가지 대형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힘든 고백이지만 그 교훈과 용기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책상 첫머리에 놓고 애용하고 싶은 책 중에 하나라고 박수를 보낸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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