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정제주의 민낯 드러낸 쓰레기 반송사태

[사설] 청정제주의 민낯 드러낸 쓰레기 반송사태
  • 입력 : 2019. 03.15(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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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제주가 쓰레기 문제로 몸살을 앓은지는 오래 됐습니다. 쓰레기 처리에 과부하가 걸린 것입니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계속 쌓아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쓰레기처리장 야적장에는 고형연료 등 수만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쓰레기가 산처럼 쌓이면서 제주섬이 '쓰레기섬'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나올 정도입니다. 급기야 제주지역의 쓰레기가 도내를 넘어 국내외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필리핀 쓰레기 사태'의 출처가 제주에서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엊그제 성명을 통해 "필리핀에서 반송된 한국 생활쓰레기 출처는 제주도였다"며 "제주도는 이 사실을 알고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한국이 재활용이 불가능한 생활쓰레기를 국제협약까지 위반하며 필리핀에 6300t을 수출하면서 빚어졌습니다. 결국 필리핀 현지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6300t 가운데 1200t이 우리나라로 반송되는 등 큰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현재 제주시는 소각장 용량보다 많은 생활쓰레기가 발생함에 따라 일부를 압축쓰레기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압축쓰레기는 발전소나 시멘트공장 등에서 보조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반출된 것입니다. 보조연료로 활용하는 압축쓰레기는 세척·건조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시에서 발생한 압축쓰레기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중간처리업체는 음식물과 분리수거된 쓰레기가 뒤섞인 압축쓰레기를 수출한 겁니다. 이 때문에 압축쓰레기에서 침출수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어처구니 없게도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된 것입니다. 쓰레기조차 자체 처리하지 못하면서 '청정제주'의 부끄러운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주시는 14일 "앞으로 압축포장 폐기물을 도외로 반출해 처리할 때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며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인구 유입과 관광객 유치 등 양적 성장에만 매달려온 개발 중심의 정책에 경종을 울린 것입니다. 실제 관광객 등 인구가 급격하게 제주로 몰리면서 하수처리·교통난 등 각종 폐해가 발생하고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제주도가 '질적 성장'을 위해서 과연 감당할 수 있는 환경 수용력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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