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미래의 예술을 위한 준비

[김연주의 문화광장] 미래의 예술을 위한 준비
  • 입력 : 2019. 03.12(화)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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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 아트를 정의하기란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새로운 매체로 인해 뉴 미디어 아트의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뉴 미디어 아트를 말 그대로 새로운 매체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영화 '토탈리콜'이나 '13층'에서 보여준 가상현실이나 얼마 전 방송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선보인 것과 같은 증강현실로 구현된 작품을 만든다면 뉴 미디어 아트다. 인터랙티브 아트라고 불리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작품 역시 뉴 미디어 아트를 대표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뉴 미디어 작품은 대부분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뉴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로는 제프리 쇼가 있다. 그의 작품 '읽을 수 있는 도시'는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관람객은 커다란 스크린 앞에 고정되어 있는 자전거를 타고 암스테르담, 맨해튼 등 스크린 속 도시를 탐험한다. 실제로 앞으로 나가진 않지만 스크린이 크고 직접 페달을 밟으며 손잡이를 꺾기 때문에 관람객은 화면 속에서 달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컴퓨터의 메모리 등이 부족하여 도시의 건물은 문자로 대체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가 생소했던 1988년에 만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작품이다. 심지어 지금 봐도 '읽을 수 있는 도시'는 놀랍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미 뉴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는 고전이 되었다. 최근에는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작품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뉴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배우고 작업해 볼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 또는 학과가 필요하다. 또한 뉴 미디어 아트의 경우 대개 예술가 혼자서 작품을 구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기술자뿐만 아니라 인문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 등이 작품 제작에 같이 참여한다. 작품 제작뿐만 아니라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하는 비용 또한 상당히 많이 든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 외에도 기업 등의 후원금이 필요하다. 결국 다양한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뉴 미디어 아트가 발전하기 어렵다.

제주도에서는 뉴 미디어 아트 작가가 커나가기 어렵다. 우선 제주도에는 뉴 미디어 아트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기관은커녕 학과도 없다. 그렇다고 뉴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수집, 연구, 전시하는 아트센터나 미술관이 있지도 않다. 많은 연구비와 제작비가 들어가는 뉴 미디어 아트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후원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카를스루에는 독일에 있는 인구 30만 정도의 작은 도시다. 이 작은 도시에는 제프리 쇼가 초대 관장을 지낸 세계 최고의 미디어 아트센터인 ZKM이 있다. 미디어 아트의 수집, 전시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된다. 또한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한 카를스루에 디자인·예술대학은 ZKM 시설 일부를 공유하고 전시 등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한다. 제주도도 이제 미래의 예술을 위해 투자해야 할 것이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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