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버스 '비정상의 정상화 vs 막대한 혈세 투입'

제주버스 '비정상의 정상화 vs 막대한 혈세 투입'
8개 버스노조 13일 총파업…임금 10.9% 인상.인력 확대 요구
2017년 준공영제 시행 운송 비용손실 보전예산만 965억 달해
  • 입력 : 2019. 03.11(월) 12:28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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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버스노조가 오는 13일부터 운행중단을 예고하면서 총파업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총파업을 예고한 제주지역 8개 버스회사 노조와 사용자 측, 제주도가 마라톤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대 쟁점인 주 52시간근무에 따른 근무형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추가 인력 확보와 준공영제 실시로 증가한 종점마다 휴게실 설치,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줄어드는 근무시간을 반영한 최저임금 인상률 10.9%를 반영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당장 부족한 인력을 추가할 시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탄력 근로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지만, 운용방법에 대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열악한 근무 환경의 정상화

 준공영제가 도입된 민영 버스 기사는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3시간가량을 격일제로 운전하고 있다. 한 달에 14일 근무 시 월 182시간을 운전하게 된다.

 노조 측 요구대로 1일 2교대를 시행하게 되면 버스기사가 현행보다 420명이 더 필요하다.

 이에 노조 측은 당장 인력 충원이 힘든 만큼 탄력 근로제 도입에 대해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사용자 측에서 탄력 근로제 운용방식에 대해 만족할 만한 안을 제시하지 않아 검토하거나 수용할 안이 없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사용자 측은 노조 측에 2주 단위 탄력 근로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주 단위 탄력 근로제를 시행할 시 버스 기사는 현행처럼 월 182시간을 운전하게 된다.

근로기준법상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다. 여기에 주당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노사합의로 탄력 근로제가 적용되면 탄력 근로제 전체 기간 최대 주당 52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하면 최대 주 64시간까지 일을 시켜도 합법이다.

 노조 측은 현행 월 14일 근무를 11일로 줄이거나 1일 2교대(8시간씩)를 시행해 월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 10.9% 인상에 대해서는 당장 사용자 측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초봉 3천만원을 받던 버스 기사가 지난해 준공영제가 도입 후 4천200만원을 받는 상황에서 또다시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노조 측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입장이다.

 조경신 노조위원장 "주 52시간 근무제와 복지문제는 열악한 근무요건 개선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면서 "사용자 측이 노조를 설득하기 위한 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연 1천억원 가까운 막대한 혈세 투입

 제주도는 2017년 8월 대중교통체제를 개편하면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 민영 버스 노선과 배차 시간 등을 정하는 대신 업체의 적자 금액을 보조하고 있다.

 도가 지난해 민영 버스업체의 운송 비용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지원한 예산은965억원에 달한다.

 도는 올해도 본예산 924억원을 편성했으며 인건비 인상 등에 대해서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제주지역 민영 버스 운송비 1천456억원 중 인건비는 650억원으로 전체의 44.5%를 차지했다.

 만약 버스노조의 요구에 따라 근무 일수 3일 축소 또는 1일 2교대를 반영할 경우 인건비가 각각 171억원과 189억원이 늘어나게 된다.

 또 올해 임금을 10.9% 인상하게 되면 인건비 약 8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추가 인건비 부담은 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버스 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도가 매년 예산지원을 늘려야 할 수밖에 없어 버스사업 지원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올해만 해도 노조의 요구를 원안 그대로 받아들이면 추가로 200억원이 넘는 도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탄력 근로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2주 단위 탄력 근로제 시행에 노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양측이 만족할만한 운용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버스 준공영제 시행으로 민영 버스업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제주도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도민의 발' 멈추지 않도록

 제주지역 대중교통 이용객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7만1천104명으로 연간 총 6천245만2천899명이 이용했다.

 이에 따라 버스노조의 방침대로 오는 13일 새벽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 도민 불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1일 2교대 등을 도입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안전한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다만, 버스 기사도 요구 사항만큼 이용객에게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를제공하고 있느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 버스를 이용하는 도민 김유정(33·여)씨는 "제주도 내 연봉 4천만원이 넘는 직종이 없는 만큼 임금 협상 등을 무기로 총파업에 돌입하는 게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준공영제 버스업체 노동자를 시작으로 제주도 내 52시간 근로제와 임금 현실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버스 없이는 이동이 힘든 도민이 많은 만큼 노사 간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문정 도 교통항공과장은 "현재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노조와 대화하고 있다"며 "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운행을 멈추는 버스 대수만큼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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