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면세품 구매한도 조회 절차 엉터리

관세청 면세품 구매한도 조회 절차 엉터리
한도 넘은 면세품 구매 막기 위해 조회시스템 운영
잘못된 주민번호 입력할 땐 무사 통과 상품결제까지
  • 입력 : 2019. 03.06(수) 18:41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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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 제도개선 요구…관세청 "대안 찾을 것"

면세품 구매한도 조회 시스템에서 허점이 발견됐다.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입력해도, 자신의 주민번호와 유사한 조합의 번호를 입력해도 면세한도 조회 절차를 그대로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제주관광공사(이하 JTO)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JTO인터넷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입하려면 먼저 구매 한도부터 조회해야 한다.

 JTO 면세점은 항공기, 선박을 타고 제주도에서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고객에게만 면세품 구매를 허용한다. 이용 횟수는 1인당 1년에 6차례, 구매 금액 한도는 1회 600달러로 제한된다. 구매 한도를 조회하는 이유는 횟수와 구매 금액 한도를 벗어난 면세품의 구입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JTO인터넷 면세점에서 550달러 짜리 시계 값을 결제한 A씨가 같은 날 150달러짜리 가방을 사려고 해도 구매한도 조회 시스템에서는 한도를 100달러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가방 값은 결제 자체가 안된다.

 구매한도를 조회하려면 본인 이름과 국적, 주민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입력은 JTO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에서 이뤄지지만 입력한 정보를 확인해 남은 구매 한도를 고객에 안내하는 기관은 관세청이다.

 그러나 이 구매 한도 조회 시스템에는 허점이 있다. 특정인이 주민번호를 실수로 잘못 입력했다는 가정 아래 본보 기자가 이름, 국적만 정확히 입력하고 주민번호는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입력한 결과 시스템 상에는 기자의 이름과 함께 '현재 사용한 금액이 600달러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이후 결제 단계로 넘어가 상품 결제까지 가능했다. 13자리 주민번호 숫자에서 2자리만 골라 다른 숫자를 입력했을 때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엉터리 주민번호를 넣어도 구매한도 조회 절차를 그대로 통과한 것이다.

 다만 잘못된 주민번호로 이런 절차를 통과했다고 해도 실제 구매한도 위반으로 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관세청과 JTO의 공통된 설명이다. 인터넷 면세점에서 사전 결제한 상품은 공항과 항만에 있는 인도장에서 수령해야 하는 데, 이 때 고객이 제시한 주민번호와 시스템에 입력한 번호가 다를 경우 물건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양 기관은 해명했다. 실제로 올해 2월 도민 B씨는 신분증의 주민번호와 구매한도 조회 시스템에 입력한 번호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미 결제한 상품을 인도 받지 못했다.

 B씨는 "시스템 허점으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왜 고객에게 떠 넘기느냐"며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고객이 잘못된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주민번호 뒷번호 7자리는 조회 시스템에 입력하는 순간 숫자가 아닌 '·······'로 표시된다.

 JTO는 B씨와 비슷한 사례가 이전에도 종종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최근 관세청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JTO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보니 고객이 입력한 주민번호가 정확히 본인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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