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리병원 청문, 보다 신중한 대처 필요

[사설] 영리병원 청문, 보다 신중한 대처 필요
  • 입력 : 2019. 03.06(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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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개방형 투자병원)을 둘러싼 싸움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한 이후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양상입니다. 녹지그룹측은 지난달 조건부 허가는 부당하다는 소송에 이어 개원 시한을 연장해 달라고 제주도에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녹지병원을 상대로 개설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4일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3월 4일)을 지키지 않으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지병원은 2018년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받았습니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은 개설 허가 3개월(90일) 이내에 개원해야 하는데 문을 열지 않은 겁니다. 청문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의료기관 허가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안 부지사는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에는 제주도와의 모든 협의를 일체 거부하다가 개원 시한 만료가 임박하자 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안 부지사는 "개원 준비를 하고 있다는 녹지병원측은 병원을 점검하러 간 담당공무원의 출입을 막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했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의 진행과정과 녹지병원측의 자세를 볼 때 개원 기한 연장 요구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해 청문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하지만 제주도가 녹지병원에 대한 대응을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제주도가 개원 허가를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되돌아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녹지그룹측이 2017년 8월 제주도에 개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후 무려 6차례나 연기되면서 1년 반 가까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개원 허가가 지체되면서 의사 전원이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제주도는 적어도 이같은 녹지병원측의 고충을 어느 정도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제주도가 개원 시한을 넘겼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행정조치에 나서는 것은 지나친 처사로 비쳐지기 쉽습니다. 실정법을 어겨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경직된 행정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녹지병원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추진한 사업이어서 더욱 신중한 대처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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