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 제주 3·1사건 '72주년'

3·1절 '100주년'… 제주 3·1사건 '72주년'
72년 전 오늘 경찰 무차별 발포로 12명 사상자 발생
3·10 민관총파업으로 이어지면서 4·3 도화선 역할
3·1절 100주년 의미 퇴색 고려해 당일 행사는 자제
유족회 "3·1사건은 제주 4·3 이해 위해 꼭 알아야"
  • 입력 : 2019. 02.28(목) 17:32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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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제주 3·1사건 이후 촉발된 3·10 민관총파업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3월 10일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 제주지부가 제주시 관덕정에서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3·10 도민총파업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한라일보DB

"지금의 제주목관아가 있는 곳에 경찰서가 있었습니다. 그곳 망루에 기관총을 배치했던 것 같습니다. 공중으로 공포를 발사했으면 됐는데, 조준 사격을 해버린 겁니다. 그래서 어린아이까지 해서 6명이 죽었습니다." 송영호(84·당시 12살)씨가 2017년 3월 31일 열린 '4·3증언본풀이'에서 발언한 내용.

 72년 전인 1947년 3월 1일 오전 11시 제주시 북국민학교 주변에는 '제28주년 3·1 기념 제주도대회'에 참가한 약 2만5000명에서 3만명의 도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3·1 혁명 정신을 계승해 외세를 물리치고, 조국의 자주통일 민주국가를 세우자'는 요지의 대회가 끝난 이후에는 가두시위가 벌어져 군중들은 미군정청과 경찰서가 있는 관덕정 광장과 감찰청이 있는 동문통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이날 오후 2시45분쯤 말을 탄 기마경찰이 경찰서로 향하던 중 6살 가량의 어린아이가 말굽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경찰서로 향했고, 성난 도민들이 이에 항의하자 당황한 경찰들이 군중을 향해 일제히 발포하기 시작, 6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빚어졌다. 제주4·3의 도화선으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3·1사건'이다.

 당시 남초등학교 4학생으로 3·1사건을 목격한 송영호씨는 "당시 아버지가 총에 맞았다는 이야길 듣고 도립병원으로 달려갔다"며 "가서 보니 피를 흘리면서 내게 물을 달라고 하더라"고 그날의 상황을 풀어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기뻐하고 만세를 불러야 하는 날에 시위대도 아니고 구경하던 사람들에게 총을 쏘았던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1947년 제주 3·1사건 이후 촉발된 3·10 민관총파업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3월 10일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 제주지부가 제주시 관덕정에서 '4·3 민중항쟁 70주년 정신계승 3·10 도민총파업 기념대회'를 개최했다. 한라일보DB

3·1사건은 제주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에 항의해 '조선에서 처음 보는 관공리의 총파업(3·10 민관총파업)'이 시작됐고, 군정당국은 이에 맞서 응원경찰과 서북청년단 등 우파 청년단체원들을 제주에 대거 내려보내 물리력으로 검거공세를 전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가 일어날 때까지 제주도민 2500여명이 무차별 검거됐다.

 제주4·3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이 72년째를 맞는 날이지만 올해 만큼은 조용한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3·1사건도 중요하지만 100주년을 맞는 '3·1절'의 의미를 퇴색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오임종 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대행은 "올해는 3·1절 100주년을 맞아 당일 행사는 자제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3·1사건은 제주4·3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도민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되새겨 보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임종 전 회장 대행은 "3월 중순쯤에는 유족회 차원에서 3·1사건을 기념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며 도민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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