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립 제주대학교의 세 번째 사과

[사설] 국립 제주대학교의 세 번째 사과
  • 입력 : 2019. 02.22(금)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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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폭행 의혹을 받았던 제주대병원 겸직교수에게 정직 3월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제주대는 해당 사안에 대해 고발에 따른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보며 별도로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지난 20일 제주대의 이같은 징계 결과가 공개되자 의료연대제주지부는 '솜방망이 면죄부' 처벌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제주대가 이날 보도자료에서 "지역사회에 우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을 바라보는 제주도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가워보입니다.

송석언 총장이 제주대 총장으로 취임한 이래 대학 소속의 교수 문제로 사과한 일은 이번까지 합쳐 벌써 세 번째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파면' 징계를 내린 이른바 '갑질 교수' 사건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보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교수 2명이 성추행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르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예방과 대책의 책임이 있는 대학의 장으로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1952년 개교한 제주대는 오랜 기간 제주의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이라는 위상을 누리며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인문·자연 분야에 걸쳐 제주학의 기반을 다져왔고 가파른 지역 개발로 제주 사회가 갈등에 놓일 때 제주도의 미래를 더불어 고민하는 지식인 집단의 역할을 했던 곳도 제주대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주대는 교수 들이 가해자가 된 일련의 사건으로 실망감을 주고 있습니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 일들을 대하다보면 '지성의 요람' 운운하는 일이 무색해집니다. 혁신, 도전, 비전 같은 홍보 문구가 대학을 뒤덮고 있지만 그 안의 한쪽은 곪아있는 모습입니다.

제주대는 다른 지역 대학들처럼 학령인구의 감소, 졸업생의 취업난, 재정적 어려움 등을 헤쳐가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습니다. 지역과 손을 잡고 제주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책임도 대학에 있습니다. 기본을 충실히 하고 대학의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설자리가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대는 그동안 몇 차례의 공개 사과 뒤에 제시했던 예방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살피고 초심을 새겨야 할 때입니다. "터질 게 터졌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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