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의 한라시론] 조합장이 뭐길래…

[양용진의 한라시론] 조합장이 뭐길래…
  • 입력 : 2019. 02.14(목) 00:00
  •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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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연휴기간동안 도내 곳곳에는 낯선 이름들이 적힌 현수막들이 중구난방으로 내 걸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위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알만 한 사람들은 이미 알지만 일부 도민들은 뜬금없이 웬 현수막인가 궁금해 하기도 했다. 선거철이 된 것이다. 오는 3월 13일 전국적으로 1348곳(농.축협1115곳, 수협 91곳, 산림조합142곳)에서 280여만 명의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새로 뽑는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치러지고 여기에 입후보하고자 나타난 인물들이다. 입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기존 조합장과 조합에서 임원을 역임하거나 농업인 단체에서 활동한 사람 등은 물론, 심지어 농업과 무관한 듯 보이는 전문직 후보자들도 눈에 띄어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입후보자들의 농어업관련 전문성은 조합원들이 판단할 문제이니 거론 할 필요가 없겠다.

선거인 수를 보면 남한 전체 인구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 그다지 중요한 선거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지만 서울, 부산 등 대도시 몇 곳을 빼고 나면 사실상 전국화 된 선거이고 특히 1차산업 비중이 높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총선, 대선 보다 더 중요한 선거로 여겨지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지역과 축협, 수협, 산림조합 등을 포함 32곳의 조합장을 선출하게 된다. 제주시 농협의 경우에는 조합원 1만명과 상호금융여수신 3조원 규모로 전국 지역농협 가운데 규모가 항상 10위권 안에 드는 농협이고 신용점포와 농산물공판장, 산지유통센터, 하나로마트, 영농지원센터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지역 실물 경제의 큰 손이다. 그리고 읍.면 농협들도 수십억에서 수백억대의 여수신업무와 마트나 지원 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지역의 상권을 좌지우지하는 권력기관이나 다름없다.

조합원의 한사람으로 입후보자들에게 협동조합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를 당부한다. 농협의 경우 농업인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 조직된 집단이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농협이 농업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생각 해 볼 일이다. 제주 농협의 여수신 규모는 곧 제주지역이 농가부채 전국 1위라는 고통의 수치이다. 이로 인해 농협은 돈놀이가 주 사업이라고 비꼬는 조합원도 많다. 그리고 '계통 출하'라는 명분을 내세워 농산물의 가격을 조정하는 순기능을 담당하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이나 중간상인들에게 농락당하는 장면도 연출하곤 한다. 또한 신토불이를 주장하며 로컬푸드 활성화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제주 농산물을 제주지역 '하나로 마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거래규모가 큰 전업농들에게만 집중해서 소규모 농가들의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에 대한 지원을 신경 쓰지 않는다. 각 지역의 가장 큰 쇼핑몰인 하나로 마트에 '농가직거래장터'만 만들어줘도 어느 정도 해소 될 수 있는 문제들인데 관리의 부담을 내세워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 현재 단위농협들의 현실이다.

조합장이라는 권력과 명예는 단순한 표받이가 아니고 소외받는 조합원들이 없도록 진심으로 노력하면 얻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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