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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애의 한라칼럼] 새해의 큰 울림 "내 손에 와서 안 되는 것 있었니?"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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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예비 신랑이 친정어머니께 인사하러 오게 되어 집안 정리를 하는데 안방에 전에는 없었던 화분 하나가 보였다. 저 화분을 어디서 봤는데… 기억을 떠올려보니 어머니 집에 갈 때마다 이곳저곳에서 보던 그 화분이었다.

처음 볼 때 그 화분의 식물은 곧 죽을 것 같았고 이후 에는 시들시들한 채 거실에서 햇볕이 내리는 잔디밭으로 여러 번 반복하며 옮겨지다 결국 흙만 남겨진 화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화장실에서 그 화분이 물에 담겨져 있는 것을 보며 흙을 촉촉하게 적셔 다른 꽃을 심으시려는 걸까? 혹시 생명이 남아있어 살리려는 걸까? 등등, 스쳐지나갔던 화분에 대한 기억들이 뚜렷하게 떠오르자 집안 여러 곳에서 시들어가는 식물 화분을 보아 왔었고 그 때마다 이 화분은 누군가의 집에서 가져왔다는 말씀을 들었던 것 같다.

어머니 안방 TV 옆에 두 줄기 싱싱한 식물을 담은 연두색 화분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1년 전부터 어머니 보살핌을 받아온 화분이었다. 어머니는 화분 흙 속에서 생명이 숨 쉬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그 오랜 기간 식물 없는 화분에 물을 주며 정성을 쏟으셨을까?

1년 가까이 반복된 어머니의 화초 살리기가 안 되면 말고 식으로 하진 않으셨을 것 같아 여쭤보니 어머니는 웃으시며 "내 손에 와서 안 되는 것이 있었니? 예쁜 싹이 나와 싱싱하게 클 것만 같더라."

"내 손에 와서 안 되는 것이 있었니?" 이 말씀은 올해 91세이신 백발의 어머니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딸의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언뜻 들으면 어머니의 자랑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어머니의 처절한 노력과 수용적인 삶을 한 마디로 미화시킨 듯이 들려왔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여기저기 장소를 옮기며 정성을 다하시는 그 모습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닐 것이며 평생을 이런 자세로 살아오셨을 것이다. 싹이 돋고 싱그러운 푸른 잎과 예쁜꽃이 피는 과정을 상상하셨다는 어머니 말씀에서 자식에게 정성을 기우리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우러져 가슴이 아려온다. 파란 싹이 돋아나길 기다리는 과정에서 여유와 평온을 느끼셨다니 혼자 몸으로 겪으셨을 고통을 스스로 곱게 다듬어 오신 어머니가 고맙고 감사하다.

세상에 대하여, 자신에 대하여, 그리고 살아가는 제반사에 대하여 확실히 그렇다고 믿는 믿음이 신념이다. 그 사람의 신념은 그를 이끄는 원칙으로 작용하여 생각, 감정, 행동을 지배하여 세상일을 해석하고 여과시키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어머니의 삶은 화초 살리기에서 느껴지듯 '긍정적 신념'을 키우는 연속이었고 이는 혼자 6남매를 키워온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내 손에 와서 안 되는 것이 있었니?'라며 웃음 짓는 어머니의 음성이 내 안에 살아있도록 각인시켜 본다. 훗날 언젠가 이 말씀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살아있는 긍정적 신념을 다시 느껴볼 것이다. 작은 씨앗 한 알이 풍성한 잎과 열매를 선사하듯 우리 어머니들이 살아오신 일상을 여유를 갖고 들여다보면 울림이 일어나는 그 무언가가 살아있는 배움이 되어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해 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가 믿는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삶' 이므로. <우정애 제주상담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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