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상식 부족하면 공부해라" 나경원 직격

손혜원 "상식 부족하면 공부해라" 나경원 직격
손혜원, 목포 폐공장서 90분 격정토로…나경원 겨냥 "너무 무식"
투기 의혹 조목조목 반박…장황한 질문엔 "요즘이 뭐냐" 반문
  • 입력 : 2019. 01.23(수) 18:2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손혜원 의원이 2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건물은 그가 나전칠기박물관을 옮기려고 남편이 이사장인문화재단 명의로 사들였다는 폐공장이었다.

 손 의원이 앞서 "굴뚝 하나만 보고 샀다"고 언급한 곳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면실유를 만드는 공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도 15m가량 높이의 적벽돌 굴뚝이 비교적 온전해 보였다.

 손 의원은 흙바닥에 깔린 축축한 골판지 상자와 헤어진 방수제 포대를 그대로 놔둔 채 단출한 의자와 탁자로 간담회장을 꾸며 이 건물이 얼마나 누추한지 부각했다.

 썩은 서까래가 구멍 난 슬레이트 지붕마저 버겁게 얹고 있는 실내에선 야당과 언론의 지적처럼 이곳이 과연 투기할 만한 건물로 보이냐고 반문하듯 퀴퀴한 먼지가자욱이 피어올랐다.

 마케팅 전문가인 손 의원의 노림수가 엿보였다.

 오후 1시 55분께 손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환호 속에 개선장군처럼 등장했다. 블랙 앤드 화이트로 정중하면서도 화려하게 차려입은 패션이 연극 무대 같은 간담회장의 차가운 시멘트 벽과 대조됐다.

 손 의원은 "혹시 SBS 기자들 왔나. 그분들을 앞자리로 모셔달라고 얘기하려고 했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여쭤보고 싶다. 왜 뒤에서 취재하고 왜곡된 기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서 전 국민을 소모전으로 밀어 넣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의 해명은 나오지 않고 계속 또 다른 왜곡보도가 나왔다"며 "이렇게 백날 가면 여러분은 제가 부서질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도 계속 싸울 것"이라며단단히 벼르고 간담회를 준비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손 의원은 이어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인터넷으로 간담회를 직접생중계하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 되고, 저는 생중계를 통해서 국민이 이 내막이 뭔지, 자초지종이 뭔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한 것은 그런 맥락이었다.

 간담회는 '발끈'과 '버럭'의 연속이었다.

 손 의원은 "저 정도 되는 초선 의원과 관련한 정말 얘깃거리도 안 되는 일 때문에 국가 전체가 시끄러운 데 대해 국민에 죄송하다"며 "여러분이 저한테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대동하고 탈당 기자회견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당당한 태도와 목소리였다.

 어떤 질문에는 도리어 질문으로 되받아쳤다.

 "의도가 선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하자 "왜 선하게 안 보이나"라고, "의도는 좋은데 투명하지 못했다"고 하자 "투명하지 않은 게 뭐가 있나"고 반문하는식이었다.

 다소 장황한 질문에는 "요점이 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손 의원은 특히 자신이 디자인한 민주당 수첩을 꺼내 들고 투기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투기는 매매 차익을 내야 투기인데, 나전칠기 유물까지 넣어서 국가에 주겠다는데 이게 무슨 투기인가"라며 "투기는 이용관리 의사가 없어야 하는데 저는 너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투기는 보유 기간이 단기간이어야 하는데 저는 죽을때까지 자원봉사자로 일할 거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 차명 의혹과는 목숨 걸고 싸울 것이다. 그건 아니다"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또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상충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그 질문은 그만 받겠다. 이해충돌은 지겨워서, 그 얘기는 못 하겠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손 의원은 "청년이 떠나는 지방 소도시에 청년이 들어와 활동하도록 증여를 했고, 그들은 목포 시민이 됐다"며 "거기서 제가 어떤 이해상충을 했나. 제가 게네들 한테 돈을 받나. 제가 다른 사람 자리를 빼앗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제가 이 건물을 사서 제가 가진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유물을 다 넣은 채로 목포시나 전남도에 다 드리려 한다. 다 합하면 100억도 넘을 텐데 다 드리겠다고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목포에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는 '목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지역 기자의 질문에 "제가 힘은 없지만, 목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목포 구도심을 살려 나가면서 대한민국 역사도시의 재생 사례를 제가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목포 출마에 대해선 "저는 대통령 바꾸려고 어쩔 수 없이 국회의원이 됐다"며 "임기 끝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지, 나이가 몇인데 또 (국회의원을) 하겠나. 안 한다"고 일축했다.

 한편, 손 의원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전날 목포를 방문해 "문화체육관광부가 46억원을 들여 16개 건물을 매입한 뒤 역사공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시세차익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투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너무 무식하다고 생각한다"고 독설했다.

 그러면서 "알지 못하면서 상식이 부족하면 공부를 해야죠. 모르는 게 있으면 자세히 보고 해야죠. 아무리 야당의 대표라고 해도 16채가 뭔가"라며 "시세차익이 남으면 그분이 먼저 사시지 않았겠나. 그 분야 전문가니까"라고 비꼬았다.

 손 의원은 또 "선거 때도 목포 구도심에는 몇 명 안 사니까 후보들이 거의 안 온다고 한다. 저도 목포에 내려왔을 때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목포를 지역구로 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간담회 초반 긴장한 듯 "앉아서 해도 되냐"고 묻고 꼿꼿이 허리를 폈던 손 의원은 이렇다 할 '송곳 질문'이 나오지 않자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마무리 발언에선 "저는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간다"며 "제 노후에 일주일에 반은 꼭 목포에 와서 지내겠다. 나중에 옛날얘기 하면서 여기 박물관에서 멋진 파티를하자"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통상 여당 대표가 참석하는 지방 행사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몰렸다. 간담회 1시간 전에 건물을 개방하기로 공지했으나, 이미 2∼3시간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일부 주민이 간담회 참관을 요청하는 등 지역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1시간 30분여 질의응답을 마친 손 의원은 건물 밖으로 나가 기다리던 주민들과 인사했다.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직접 목포를 방문해 현지인들과 만난 것은 이번이처음이었다.

 주민들은 "목포를 지켜주세요"라며 손 의원 이름을 연호했고, 손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주민들과 인사한 후 다시 개선장군처럼 자리를 떠났다. 연합뉴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5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