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수형생존인 70년 만에 '억울함' 풀었다

4·3수형생존인 70년 만에 '억울함' 풀었다
제주지법,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 '공소 기각' 선고
4·3 때 열린 군법회의는 위법… "공소 자체가 무효"
"단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재판 이뤄지지 않았을 것
피해자 배·보상 본격화… 형사보상·국가보상청구 진행
  • 입력 : 2019. 01.17(목) 13:50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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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게 사실상 무죄가 선고됐다. 누명을 쓴 지 70여년 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201호 법정에서 김평국(90) 할머니 등 18명의 '4·3수형생존인'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사건에 대해 '공소 기각'을 선고했다.

 공소기각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경우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즉 법원은 4·3수형생존인들이 1948년~1949년 받은 군법회의가 위법하게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재판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1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제주지방검찰청은 스스로 공소 기각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제갈창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게 '어떤 범죄로 재판 받았는지 모른다'고 진술하고 있고, 어떤 자료에도 예심조사나 기소장 등본의 송달에 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며 "특히 군법회의를 받은 2530명에 달하는 사람의 수와 제주도에 소개령이 내려진 이후 피고인들이 군·경에 체포된 시기, 군법회의 개최일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도 단기간에 다수의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군법회의에 회부해 예심조사 및 기소장 등본 송달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라 추정하기 어렵다"며 4·3 당시 진행된 군법회의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재판부가 공소 기각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일제히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대부분 구순을 넘긴 4·3수형생존인들의 주름진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번 재심사건은 공소장과 판결문이 없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재판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재심 청구가 이뤄지려면 원심판결 등본이나 증거자료 등 당시 재판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4·3수형생존인의 경우 지난 1999년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기록보존소에 발굴한 '수형인 명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 등은 지난 2017년 4월 19일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2018년 9월 3일에는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이끌어냈다.

 한편 이번 무죄 선고로 4·3수형생존인에 대한 본격적인 배·보상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재심 사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먼저 수형생존인들이 불법적으로 구금됐던 시간을 보상하는 형사보상 청구를 진행하고, 이후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국가보상청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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