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20대 경비원은 왜 죽음을 택했나

제주공항 20대 경비원은 왜 죽음을 택했나
공공연대노조 "직장 내 괴롭힘 방관한 회사 책임"
진술서 작성해 호소했지만 "배후에 누가 있느냐"
  • 입력 : 2019. 01.14(월) 11:14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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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회 열지 않고 오히려 노조에 사실 알려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단체교섭 회의록 공개 촉구


제주국제공항에서 특수경비원으로 2년 동안 근무한 2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노동계가 경비업체의 안일한 대응이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동조합(이하 공공연대노조)는 14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직장 내 괴롭힘과 회사의 안일한 대처로 27살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제주국제공항 특수경비 용역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A업체는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공공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B(27)씨는 A업체 소속으로 2년 동안 제주공항 특수경비원으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직장 내 선배인 C(35)씨로부터 지속적인 욕설과 언어폭력에 시달렸고, 참다 못해 지난해 10월 회사에 철저한 조사와 근무지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2개월이 넘도록 회사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방치했고, 그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B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특히 A업체는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B씨에게 "2년간 참다가 왜 이제야 밝히게 됐느냐", "진술서 작성에 배후가 있느냐" 등의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질문을 해서 피해자의 상처를 더 키웠다는 게 공공연대노조의 주장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16일 예정된 가해자에 대한 징계위원회는 아무 이유 없이 취소됐고, 가해자가 가입된 A업체 노조 간부들은 가해자를 두둔하는 탄원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해 비난의 화살이 B씨에게 돌아가는 상황을 만들었다.

 공공연대노조는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유는 A업체의 책임이 가장 크다. 피해자가 직접 욕설고 폭언을 당한 구체적인 정황을 진술서에 작성했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극단적인 선택도 할 수 있음을 명시했지만 회사가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가해자 입장을 두둔해서 징계위원회 조차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업체는 가해자를 두둔하면서 왜 2개월 동안 징계위원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또한 징계위 과정에서 모든 정황을 해당 노조 간부에 알려주고 피해자를 궁지로 몰아넣게 했는지도 밝혀야 한다"며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녹취록 및 단체교섭 회의록 등 관련 자료 공개를 촉구했다.

한편 A업체 담당자와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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