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에게 4억원대 세금부과 '무효'

신용불량자에게 4억원대 세금부과 '무효'
제주지법 "최소한 조사 없이 부과 하자 중대" 취소 판결
  • 입력 : 2019. 01.03(목) 15:06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세무서가 엉터리 조사로 신용불량자에게 4억원대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진영 부장판사)는 A씨가 제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조세부과처분 무효 및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03년 5월부터 제주에서 감귤 등을 옮기는 화물 운송업을 했지만, 사업이 적자에 시달리면서 결국 2006년 1월 회사가 부도나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제주세무서는 2008년 다른 사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A씨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수입 금액의 신고를 누락했다며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등을 명목으로 4억4900여만원의 세금 부과 처분을 내렸다.

 당시 A씨는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아내와 이혼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어려운 삶을 살고 있어 세금이 부과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후 2015년 10월 은행 거래 문의를 위해 농협을 방문했다가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확인하고, 이듬해 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을 도과해 제기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이에 A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제주세무서는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처분이 있는 것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적법한 전심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A씨는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세부과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경우 행정심판 제소기간 등을 적용 받지 않는다"고 못을 박은 뒤 "제주세무서는 A씨 등에게 객관적인 거래 근거 자료를 요구하거나 금융 거래 내역을 살펴보는 등의 최소한의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제주세무서는 사업자등록일 및 폐업신고일 등을 살펴 A씨의 사업 기간보다 세금 부과의 근거가 된 매출누락 기간이 더 길다는 사실을 쉽게 알았을 것임에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주세무서의 처분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18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