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20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년, 가치보전 '천년대계'

[기획] 2020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년, 가치보전 '천년대계'
자연과 인간의 조화·공존… 미래 50년 '청사진'
  • 입력 : 2018. 12.31(월) 18: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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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3월 24일 지정… 제주면적 8.3% 차지
다양한 식생·南 대표 민족명산 큰 의미 지녀
탐방객·기후변화 따른 훼손 가속화 대처 시급
미래 50년 관리·보전 위한 10대 과제도 주목

제주사람에게 '한라산'은 곧 '제주'다. 민족의 명산이자, 제주의 상징이며, 곧 믿음과 같은 존재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2020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한라산은 각종 희귀 생물의 종 다양성은 물론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학술적 가치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다. 때문에 보전과 개발의 양날 위에서 앞으로 '미래 천년'을 어떻게 잘 보호하고 관리해야하는 지를 점검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과 람사르습지를 갖고 있는 그 명성에 걸맞게 한라산의 세계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천년대계 수립을 통한 효율적 관리·보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가 인정한 한라산 반세기의 기록=제주섬 중심에 우뚝 선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寶庫)', 한라산. 한라산의 최근 반세기는 천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 지정, 그리고 202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으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인의 자연유산으로 그 위상을 증명했다. 여기에 2008년 물장오리습지, 2009년 1100고지습지, 2015년 숨은물벵디습지가 차례로 람사르습지로 인정받으며 국제보호지역으로 그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한라산은 1966년 10월 12일 정부 차원의 종합적 학술조사를 거쳐 천연기념물 182호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면적은 백록담을 중심으로 사면을 따라 해발 600m에서 1300m 이상 구역 90.931㎢에 이른다. 한라산은 이후 1970년 3월 24일 이를 중심으로 국립공원(제7호)으로 지정됐고 그 면적은 제주도 전체의 1/12인 153.386㎢(8.3%)에 달한다.

고도별로 다양한 식생을 가진 한라산에는 국내 식물종 4만1483종 가운데 17%인 7000여종, 국내 멸종위기종 246종 가운데 17%인 43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정상회담 등 남북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남과 북을 대표하는 민족의 명산인 한라산과 백두산의 학술적 가치는 물론 문화·역사적 측면도 세심하게 들여다봐야할 때다.

▶수많은 탐방객·기후변화 위협 요소=한라산 훼손 원인에 있어 수많은 탐방객과 날로 심한 기후변화는 가장 위협적 존재다. 국립공원 지정 후, 1974년부터 매일 탐방객 수가 조사됐다. 누적 탐방객은 지난 45년간 남한 국민의 절반 수준인 20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2010년 처음으로 한해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매년 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라산 보호를 위한 조치도 있었다. 식생 훼손 및 붕괴 등의 이유로 1978년 백록담 분화구 출입이 금지됐다. 이후에도 1986년 5월 남벽코스에 이어 1994년 서북벽코스가 폐쇄됐다.

기후변화의 영향도 적지 않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보호구역 전역을 덮고 있는 조릿대를 비롯한 온대성 식물이 정상 부근까지 확산되고, 구상나무와 털진달래 등 한대성 식물은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조사한 한라산 전체 구상나무 분포지역 조사 결과, ㏊당 평균개체수는 2028.3그루다. 이 가운데 45.9%가 고사됐고 대부분 2010년 이후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기는 버거운 현실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강력한 태풍과 집중강우,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기반 약화, 병충해 피해 등으로 고사 원인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라산의 미래 천년, 어떻게 관리하나=한라산은 해발 1950m로 저지대에서 고지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생을 갖고 있다. 학술적 가치와 함께 빼어난 경관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다. 때문에 보전과 함께 개발의 효율성을 얼 만큼 잘 조율하느냐가 앞으로 한라산의 밝은 '미래 천년'을 담보할 있다.

제주도와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최근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 수립'의 용역을 토대로 효율적 관리를 위한 현재 한라산국립공원과 해양 섬 등을 아우르는 (가칭)제주국립공원관리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업무는 제주도에 위임하고 관리·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전액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향후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용역진인 제주연구원 및 국립공원연구원은 국립공원지정 50년과 미래 50년 준비를 위해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 10대 핵심과제'도 제시했다. 내용은 ▷세계적 명산, 한라산의 국제브랜드 가치 제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 학술교류 사업 추진 ▷제주사회의 공동체에 기여하는 한라산 ▷한라산 아카이브 구축 ▷다양한 기후대와 공존하는 한라산 기후변화 대응 ▷생명의 보고, 한라산 생물다양성 증진 ▷지속 가능한 체주를 위한 한라산의 가치 보전 ▷4차산업 혁명과 한라산의 미래 지향적 관리시스템 ▷백록담, 지속 가능성 보전 및 관리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 기념사업 준비 등이다. 이 과제의 수행은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도민 관심을 담보해야 한다.

[전문가 기고]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더 아름다운 한라산 세계인의 보물로…"

약 180만년 전에 시작된 화산활동으로 제주도와 한라산이 이루어졌다. 제주인들은 한라산과 제주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체로 인식하며 살아왔다. 또한 산의 모습이나 신비로움 때문에 한라산을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두무악(頭無岳), 두모악(頭毛岳), 부악(釜岳), 원산(圓山, 두리메)이라고도 하였고, 삼신산의 하나인 영주산이라고도 하였다.

제주도의 위치와 한라산의 높이는 다양한 동식물을 품는 생명의 보고로, 제주의 가치를 키워왔다. 한라산의 신비로움은 제주만의 독특한 신화와 전설의 산실이 되었고, 한라산을 외경시하는 마음을 품게 하였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목장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제주 4·3을 겪은 한라산은 국제정치의 무대로 아픈 역사를 겪었다. 한라산에서 나고 자란 아름드리 나무 숲은 칼에 베이고, 불에 태워져 잿더미가 되기도 하였다. 한라산은 그 자리에서 긴 세월과 인고의 약으로 다시 회복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라산은 제주인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만들었다.

한라산은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설악산, 속리산과 함께 국립공원 중 5번째로 지정되었다(표기 순서로는 7번째). 내년이면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 의의와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주특별자치도가 직접 한라산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제주가 한라산이요, 한라산이 곧 제주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제주이기 때문에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현재 제주국립공원 지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제주에서 국립공원에 대한 관리는 계속 제주특별자치도가 담당해야 한다.

둘째, 4대 국제보호지역을 갖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지역이다. 2000년대에 들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 습지 등으로 지정됨으로써 민족의 영산을 넘어 세계적인 보물로 인정받게 되었다. 앞으로 한라산의 가치에 대한 조사·연구, 탐방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관리 및 서비스 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셋째,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를 수립하였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에서 도민들이 함께 제시하는 핵심가치에 기반하여 초장기 비전을 수립한 곳은 한라산국립공원이 유일하다. 향후 한라산에 대해 자연환경 보전과 가치창출, 역사·인문자원 보전과 천년문화 창출, 탐방관리와 국제브랜드 가치제고를 위한 전략과 과제 등을 종합적으로 함께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법정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핵심 가치와 전략 등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더 아름다운 한라산, 세계인의 보물로' 가꾸는 일은 청정과 공존의 미래가치 실현, 지속가능한 제주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도민 모두의 책무이자 가장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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