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에 도전하다] (1)프롤로그

[청년, 창업에 도전하다] (1)프롤로그
꿈을 가진 청년이 움직여야 제주의 미래도 있다
  • 입력 : 2018. 12.31(월) 16:00
  • 조흥준기자 chj@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 10월 24일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18도민행복 일자리박람회

청년창업 이끌어갈 정책·단체 등 도움 절실
제주 지역 청년들의 '탈 제주화' 현상 막아야
예비창업자 위한 청년다락·창업사관학교 이어
J - 큐브·서귀포 스타트업베이 등 개소 예정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인 'N포 세대'는 2015년 취업시장 신조어로, 여러 사회적 상황으로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3포 세대를 지나 5포 세대(3포세대+내 집 마련·인간관계)와 7포 세대(5포 세대+꿈·희망)에서 더 나아가 포기해야 할 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그만큼 어려운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신조어가 사회의 주요 동력인 청장년 계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금은 갈수록 오르고, 심각한 취업난에다 뛰는 집값 부담에 결혼을 '선택'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헬조선'이나 '노력충' 같은 단어 역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봐야 부질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러니 부모 세대가 "우리는 힘들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해도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수백·수천 대 일이라는 경쟁률 속에서 신음할 뿐이다.

▶실업률 상승에 절박한 청년들=청년이 없다면 그 어떤 사회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인 일자리정책도 나라의 장래가 걸린 절박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일자리 대통령 100일 플랜'을 실천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2018년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청년 실업률은 10%를 육박,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연간 실업자 수는 102만 8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는 '기존산업 고도화', '신산업 육성', '중소·중견기업 혁신역량 강화', '창업활성화'를 축으로 혁신성장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존산업을 살리는 것만으로는 한정된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가 창업에 불쑥 뛰어들어 이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가 아닌 지역과 민간 주도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중앙정부는 지역별 특성과 관계없는 공통으로 갖춰야 할 일자리 정책의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지역특성과 관련되는 사업 분야 지원이나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사업 기획과 실행은 '현장이 있고 현장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탈(脫)제주'=제주의 청년 취업난도 전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산 기반시설이 없어 취업난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제주도는 대기업이 없는데다 제조업 비중이 작아서 고용의 질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다.

고태호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제주지역 고용정책의 방향'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도내 청년인구 비중은 2008년 21.40%(11만 9948명)에서 2017년 19.05%(12만 5171명)로 숫자는 증가했지만 전체 인구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7년 기준 제주지역의 순이동인구는 월평균 1165명이었지만 2018년 4월 이후 월평균 894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주 전입인구는 유지되고 있는데 반해 25~29세, 35~39세 등 도내 청년층의 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또 제주지역 연평균 청년 실업률은 2008년 3.9%에서 2017년 5.7%로 증가, 연평균 청년 실업 증가율은 4.3%로 전국 평균 청년 실업률 3.6%에 비해 0.6%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의 탈제주와 실업률의 증가는 그만큼 청년층에겐 '고향살이' 또는 '제주살이'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연구원의 제주 청년 종합실태 조사에서는 응답자 10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제주의 열악한 취업 환경과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이 꿈꾸지 못하면 제주미래도 없다=경제성장의 원동력인 청년층의 유출은 곧바로 제주지역의 인적자본 감소로 이어진다. 인적자본 감소는 노동생산성 하락 등의 악순환을 반복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제주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제주를 떠나는 것을 붙잡으려면 적정 수준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 창출과 창업을 하기에 적절한 곳으로, 제주를 살기 괜찮은 곳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2016년 6월 김황국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도 청년기본 조례'는 만 19세부터 39세까지 제주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고 청년 간 교류확대와 자립기반 형성을 돕기 위함이다.

또 원희룡 지사의 민선 7기 제1 공약인 공공부문 정규직 1만개 창출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는 등 민간부문이 동참할 수 있는 여건도 필요하다. 2018년 11월 개소한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는 그간 정부주도 방식의 창업지원에서 탈피해 민간이 창업자 양성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 이상직)이 창업시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도내서 운영 중인 일자리 지원공간 청년다락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J-스페이스(코워킹스페이스)에 이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일자리 지원공간인 J-큐브(Cube)도 올 2월 조성된다. 또 서귀포 지역의 청년 창업기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해 서귀포창업플라자 스타트업베이(STARTUP BAY)도 올해 초 개소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도내 곳곳에서 부족한 청년 일자리와 창업의 어려움에 대한 위기위식을 가지고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모습은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청년들의 의지와 열정이다. 그래서 본보는 '청년, 창업에 도전하다'를 주제로 창업에 나선 제주 도내 청년들을 찾아 나선다. 취업난 속에서 자신의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어떻게 하고,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엿보고자 한다. 주변 상황이나 여건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95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