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3명 생활… 학교폭력 키우는 기숙사

단칸방 3명 생활… 학교폭력 키우는 기숙사
허술한 관리감독과 열악한 시설이 원인 지적
지은 지 20년 가까이 돼 상당수 시설 노후화
100명이 세탁기 6대 사용·잠금장치도 고장
학교 "리모델링·학생 입소 기준 조정하겠다"
  • 입력 : 2018. 12.25(화) 15:0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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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보=제주시내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동급생끼리 지속적인 학교폭력이 발생(본보 25일자 4면)한 가운데 열악한 기숙사 시설과 허술한 관리·감독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제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제주시내 A고등학교 체육 특기생 기숙사에서 1학년 학생 2명이 또래 동급생 10명을 상대로 폭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가해 학생 2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의견 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으며, A학교 역시 학부모와 경찰,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강제 전학' 조치를 결정했다. 강제 전학은 퇴학 다음으로 처벌이 강한 조치다.

 문제는 가·피해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기숙사 시설이 열악해 폭력에 노출되기 쉽고, 은폐하기도 용이하다는 점이다. 해당 기숙사 건물은 지어진 지 20년 가까이 되면서 상당수의 시설이 노후화 됐고, 16㎡ 남짓한 단칸방에서 학생 3명이 생활하고 있다.

 또한 기숙사 벽과 천정 곳곳에는 구멍이 나 있거나 벽지가 벗겨져 있었으며, 하루종일 운동하는 100여명의 학생들에게 주어진 세탁기는 6대 정도 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도 폭력 행위가 오랜 기간 기숙사 내에서 발생·지속됐음에도 기숙사 사감을 맡은 체육 종목별 코치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기숙사방 잠금장치가 고장나 가해 학생들은 방을 이리저리 옮기며 동급생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피해 학생 학부모는 "열악한 기숙사 시설과 미흡한 관리·감독 시스템을 피해를 키웠다"며 "폭력이 일어난 곳은 4층이라 도망 갈 수도 없다. 주먹을 피하려면 4층에서 뛰어내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가해 학생이 무서워 선배들이 생활하는 방에 가서 잔 적도 있다"며 "A학교 기숙사 운영규정에는 취침점호 이후 다른 방으로 이동할 경우 봉사 3일에 해당하는 벌점 3점이 부과됨에도 적발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학교는 학생들의 기숙사 입소 기준을 바꾸고 리모델링 등을 진행해 시설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A학교 관계자는 "기숙사 시설이 열악해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기존 1학년 1학기부터 기숙사에 입소하는 규정을 1학년 2학기로 늦추고, 기숙사방에는 2명 이상 생활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아울러 리모델링 등 시설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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