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동채소 재배농가 겨울나기 버겁다

제주 월동채소 재배농가 겨울나기 버겁다
월동무 가격하락 출하 포기에 산지폐기 지원도 못받아
서부지역 콜라비·브로콜리밭 꿩과 청둥오리가 초토화
  • 입력 : 2018. 12.24(월) 16:57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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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로 쑥대밭이 돼 버린 한경면 고산리 한 콜라비 밭.

제주도내 월동채소 재배농가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월동무는 과잉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출하를 포기하면서 파종비도 건지지 못할 위기에 처했고 콜라비와 브로콜리는 야생조류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으나 마땅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24일 도내농가 등에 따르면 이달 현재 월동무 가격은 1㎏당 160원이다. 1㎏당 최소 300~400원은 돼야 인건비라도 건질 수 있다. 세척무는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박스당 7000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져야 하지만 4000~5000원선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월동무 재배농가에서는 아예 출하를 포기했다.

 월동무 채소가격안정제에 참여한 농가중 183농가가 신청한 59㏊·4000t은 출하정지 물량으로 확정돼 그나마 20㎏당 5110원을 보전받고 산지폐기할 수 있지만 채소가격안정제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농가들은 단 한푼도 지원받지 못한다.

 제주시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콜라비와 브로콜리는 꿩과 청둥오리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한경면에서 콜라비와 브로콜리 농사를 짓고 있는 고모씨(50)는 최근 꿩과 청둥오리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꿩이 브로콜리를 쪼아 먹어 출하를 못할 정도로 만들어 버렸다.

 "꿩과 청둥오리로 인한 원동채소 피해는 예년에도 있어 왔지만 올해는 더 심하다"고 고씨는 전했다. "이전에는 밭 주변에 있는 꿩들을 엽총으로 쏴서 잡았다. 하지만 밭 근처에 개인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사냥을 할 수 없게 돼 꿩이 늘어났다"고 하소연했다.

 고 씨는 궁여지책으로 브로콜리 밭 전체에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이모씨(47)의 콜라비 밭은 청둥오리로 쑥대밭이 돼 버렸다. 한 밤에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몰려와 콜라비를 전부 먹어 버린 것이다.

 내년 보리수매량 감소도 농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윤씨는 내년에 보리 800가마 수매를 신청했으나 400가마만 농협과 계약했다. 윤씨는 "양조회사에서 국산보리는 안받는다고 해서 계약물량을 줄였다는 말을 들었다"며 "갈수록 농사를 짓고 살아가기가 힘들어 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2019년에 보리 재배 면적 3,000ha, 생산량 10,000톤을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 신청물량은 전부 받았다"며 "하지만 월동채소 수확후 12월에 파종한 보리에 대해서는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월동무 산지폐기는 효과가 없어 앞으로 산지격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월동무 채소가격안정제 참여 농가를 제외한 나머지 농가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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