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게임에 해 넘기는 쇼핑관광 송객수수료 규제

핑퐁게임에 해 넘기는 쇼핑관광 송객수수료 규제
관세법·관광진흥법 등 2016년 이후 5개 법안 발의
道 "업계 충격파 고려할 시 관세법 개정 가장 적합"
소관 부처 기재부·문체부 서로 개정 책임 미뤄 난항
  • 입력 : 2018. 12.19(수) 18:06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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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관광의 원인으로 꼽혀온 쇼핑수수료(송객수수료)를 규제하는 여러 법안들이 올해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해를 넘길 전망이다. 송객수수료 규제 법안을 둘러싼 쟁점은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지를 짚어봤다.

▶법은 5개, 골격은 비슷=송객수수료는 저가 관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행사는 보다 많은 관광객을 모객하려 원가보다 저렴한 초저가 여행상품을 내놓고 그 손실을 메우려 면세점, 기념품점 등에 관광객을 데려가 송객수수료를 받아왔다. 송객수수료로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보니 관광 일정 대부분이 무료 관광지로 채워지고 쇼핑을 강요하는 병폐가 이어졌다. 여기에 면세점, 쇼핑센터의 치열한 손님 유치 경쟁이 또 다시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 경쟁으로 확산했다.

송객수수료를 규제하는 법안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지금까지 총 5개가 발의됐다. 이중 1개는 관세법을, 나머지 4개는 관광진흥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발의한 국회의원은 제각각이지만 5개 법안 모두 송객수수료의 상한선을 대통령령으로 정해 규제한다는 점에서 기본 골격이 비슷하다.

5개 법안 중 제주도가 가장 도내 실정에 적합하다고 보는 법안은 관세법 개정안이다. 관세법 개정안은 규제 대상을 보세판매장(시내면세점·출국 면세점)에 맞췄다. 법은 시내면세점이 상한선을 넘어선 송객수수료를 여행사 등에 주지 못하도록 했다. 반면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주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을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여행사, 가이드 등 관광종사원은 상한선을 넘어선 송객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규제 범위도 다르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여행사 등이 시내면세점 뿐만 아니라 사후면세점으로부터도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못 받도록 했다. 사후면세점은 외국인이 물건을 사면 출국할 때 공항에서 세금을 돌려 받도록 해주는 면세판매장으로 시내면세점과 달리 세무서에 신청하고 지정만 받으면 영업할 수 있다. 이 밖에 관세법 개정안은 송객수수료 제한 규정을 어겨도 처벌할 벌칙이 없는 반면, 관광진흥법 개정안에는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송객수수료 규제로 받을 도내 여행업계의 충격파를 고려했을 땐 현재 단계에선 관세법 개정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관세법 개정안이 벌칙이 없다고 하지만 나중에 고시를 통해서도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진흥법에 과태료 부과 규정이 있다고 해도 그 금액이 1000만원 미만이이어서 수천억원을 벌어들이는 대기업 면세점을 규제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법안 쿨쿨=5개 법안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선 논의를 뒤로 제쳐두더라도 송객수수료를 규제하는 것이 합당한 지 아닌지, 또 규제한다면 누가 총대를 메야하는 지를 두고선 정부 부처별로도 입장이 갈린다. 법안이 국회에 수년째 묶여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송객수수료 규제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를 제한하면 국내 관광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또 오히려 송객수수료가 국내 관광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으며 저가 관광의 원인은 송객수수료가 아닌 여행사 간 과도한 경쟁에 있다고 봤다. 아울러 기재부는 송객수수료가 면세점 뿐만 아니라 기념품점 등 관광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소관하는 관세법 말고 관광진흥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예 송객수수료 규제가 헌법의 경제질서에 부합하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반대하고 있다며 사실상 도입을 거부했다. 또 문체부는 면세점 지도·감독 권한이 없다며 송객수수료 제한은 관세법에서 정하자고 했다. 정부 부처가 송객수수료 규제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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