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호남신문 4·3 취재기'를 읽고] "4·3 대참극 선견한 예고판 기사"

[특별기고/'호남신문 4·3 취재기'를 읽고] "4·3 대참극 선견한 예고판 기사"
  • 입력 : 2018. 12.18(화)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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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

특별취재단 4·3당시 제주 실정 밀도있게 취재
조선통신 '유혈의 제주도'와 쌍벽 이룰 자료
"진상규명 위해 4·3 관련 자료 추가 발굴 절실"


지난달 순천대학교 주철희 박사의 소개로 처음 알려진 광주 지역 호남신문의 7회에 걸친 '동란의 제주도를 찾아서' 연재기사는 4·3의 원인과 발발 이유를 객관적 시각에서 매우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광주 주재 언론사 기자들이 1948년 6월 말에 제주도를 찾아서 취재한 기사는 종래 일부 소개된 바 있으나, 단편 기사에 불과해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호남신문 4·3취재기는 한 달 전 제주 현지를 취재한 조선통신 특파원 조덕송의 '유혈의 제주도'와 쌍벽을 이룰 만한 보고기사로 평가된다.

호남신문 연재기사는 제주도 일주 취재와 임관호 제주도지사, 최경록 9연대장, 김봉호 경찰청장 등 제주도 현지 책임자를 직접 만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지역 주민들과 면담을 통해서 제주도 실정을 청취하는 등 매우 밀도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자들이 화북, 조천, 함덕, 북촌, 세화를 거쳐 서귀포, 대정, 저지로 이어진 제주도 해안과 중산간 마을을 취재하며 만난 제주도 주민들은 모두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며, 일부는 기자들에게 울분을 분출하고 있었다.

호남신문 취재기의 핵심 내용은 제주도 일주를 끝낸 후 소위 '산악부대'의 봉기 원인을 정리한 부분으로서,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타 지역에서 제주도에 들어온 일부 인사와 청년단체(서북청년회)의 억압 때문임을 들었다. 둘째, 제주도민들의 일본과의 교역을 단속하는 미군정 당국 관공리와 사설 단체의 탈선행위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기자단은 4·3이 외부에서 들어온 육지 토벌대와 서청이 제주도의 문화와 정서를 파악하지 않고 도민들을 억눌렀던 데서 발발했다고 최종 정리하였다. 그들은 제주도민들의 교육과 문화 수준이 대단히 높고, 특권층을 용납하지 않는 균등사회이며, 극히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근로관념이 철저함을 주목하였다. 제주도민들과 동화되기 힘들다는 세평에 대해서도, 이주민들이 도민과 같이 일하며 생활하면 오히려 환영하며 육지에서 건너온 인사들이 활약하고 있음을 증거로 들었다. 실례로 해방 후 초대 도지사 박경훈과 부친 박종실, 초대 교육감 최정숙과 부친 최원순(초대 법원장) 등도 전라도에서 이주해 온 가문임을 염두에 둔 기사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도민을 무시하고 억누르는 외부 세력에 대해서는 섬 주민들이 단결하여 강하게 저항하는 역사와 전통도 적기하였다. 한말 이재수란과 방성칠란, 일제강점기 3·1독립운동, 해녀투쟁, 학생운동 등 민란과 항일운동의 역사를 예로 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제주도 역사와 문화를 무시하면서 '빨갱이 섬'으로 몰고 간 당국과 청년단체의 억압 처사였던 것이다.

당국에서는 4?3을 남로당의 책동이라고 하고 있지만, 왜 제주도민이 그 책동에 끌려갈 구실을 주었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하였다.

도민의 생활과 환경을 여실히 파악하는 정책만이 유일한 수습책이라고 하였다. 취재기는 한 주민이 "육지 토벌대와 서청이 철수하고 당국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이 해결 방안이라고 제시하며 맺고 있다.

호남신문 취재기는 같은 해 10월 이후 벌어진 대참극을 선견(先見)한 예고판 기사로 읽혀진다. 4·3의 발발 원인을 객관적 입장에서 제주도민의 정서와 문화에 바탕을 두고 분석해 내려간 기사를 통해 4?3 역사의 성격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신문기사 뿐만 아니라 4·3 관련 자료의 추가 발굴을 통해서 진상규명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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