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 마냥 끌 일인가

[사설]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 마냥 끌 일인가
  • 입력 : 2018. 12.13(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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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길 잃은 망아지 같은 신세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그나마 진척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게 아니다. 기약없이 표류하면서 세월아 네월아다.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마냥 시간만 끄는 형국이어서 안타깝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9월 11일 오라관광단지 모기업이자 투자자인 중국 화융치업의 까오간 새 대표가 도청을 방문해 원희룡 지사와 면담을 갖고 중단없는 투자 의지를 밝혔다. 또 지난 10월 14일에는 추가로 요청받은 보완자료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10월 제4차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위원회를 개최해 자본검증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지난 8월 체포된 람정제주개발의 양지혜 회장과 화융치업이 연관됐다는 의혹 등을 이유로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날 양지혜 회장이 업무에 복귀한데다 화융치업의 투자계획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제주도는 자본검증위 개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자본검증은 사업시행자 JCC의 모기업인 화융치업의 대표이사 교체 등으로 지난 3월 개최된 이후 중단된 상태다.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제주시 오라동 일대 357만5000㎡ 부지에 5조2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마이스복합리조트단지를 만드는 거대 프로젝트다. 2014년 원희룡 도정 출범 당시만해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으나 일부 단체들이 반대하자 '자본검증' 카드를 내밀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6월 자본검증을 하겠다고 발표한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그러잖아도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이 사업은 1999년 사업허가를 시작으로 사업자가 무려 다섯번이나 바뀌었다. 그동안 공사 중단이 반복되다가 2014년 12월 JCC가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재추진이 이뤄졌다. JCC는 각종 절차를 이행하고 2017년 5월 도의회에 오라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도내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도의회는 심사를 보류하고 제주도와 자본검증을 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행정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뒤집듯 절차를 변경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지방정부에 신뢰를 보낼 투자자는 없다. 오죽하면 한 개인이 엊그제 도내 일간지 전면광고를 통해 제주도에 쓴소리를 퍼붓겠는가. 그는 "법과 원칙은 무시되고 권력자의 자의적 통치행위가 거림낌없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제주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도가 깊게 새겨들어야 한다.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 문제만 하더라도 이렇게 질질 끄는 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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