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지키려던 금귤농가 흑점병 날벼락

정부정책 지키려던 금귤농가 흑점병 날벼락
표선지역의 31농가 친환경약제 살포 후 흑점병 확산
11일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농감협 포장 합동조사
"폐기처분밖에는 달리 방법 없어 피해대책 마련해야"
  • 입력 : 2018. 12.12(수) 18:18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 금귤농가들이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시행을 앞두고 지난 여름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농약 대신 친환경약제를 살포했다 흑점병 피해를 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전면 시행에 따라 농가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농약보다 값비싼 친환경약제를 살포했는데 검은점무늬병(흑점병)이 심하게 발생했다. 내년 2월 출하할 거라 PLS 기준을 잘 지키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농사를 망치게 됐다."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에서 지난 여름 금귤(일명 '낑깡')에 친환경약제를 살포했다 흑점병 피해를 본 30여 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11일 동부농업기술센터, 표선농협, 감협과 함께 금귤에 흑점병이 발생한 31농가, 8.5㏊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피해농가는 내년 PLS 시행을 앞둬 흑점병 방제를 위해 장마철에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농약 '다이센엠' 대신 농·감협에서 친환경약제를 구입해 살포한 이들이다. PLS는 농약 등 유해물질의 안전관리를 위해 작물에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는 제도로 농약 등록은 농촌진흥청, 잔류농약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맡는다.

 피해 농가들은 PLS에 대한 관련 부처의 준비부족으로 정부시책에 따르려던 농가만 피해를 본 꼴이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금귤 주산지인 표선농협에선 금귤에 대한 등록농약이 전혀 없자 장마철 방제를 위해 지난 7월 제주도에 사용가능한 농약의 직권등록을 관련부처에 건의토록 요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농협과 농가에선 몇달째 이와 관련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친환경약제를 살포한 안재홍(한국농업경영인 서귀포시연합회장)씨는 "올해는 금귤 농사가 잘돼 기대했는데 지난 10월 적과하면서 흑점병에 심하게 걸린 걸 알았다"며 "농협에서 관행 약제를 뿌렸다 출하철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친환경약제로도 방제가 가능하다고 해 뿌렸던 거다"고 밝혔다.

 금귤은 50% 이상이 포전거래되고, 나머지는 농협에서 매취해 이마트 등 유통매장과 공판장으로 출하한다. 지금이 한창 포전거래 시기로 최근까지 3.3㎡당 1만8000원~2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흑점병에 걸린 농가들은 대책도 없이 속만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표선농협 관계자는 "흑점병이 심한 금귤은 판매를 못해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행정에서 피해에 따른 대책을 세워줘야 농협도 일정부분 책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80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