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영리병원은 환상이며 재난의 시작이다

[열린마당] 영리병원은 환상이며 재난의 시작이다
  • 입력 : 2018. 12.12(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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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녹지그룹의 영리병원을 승인하면서 국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외국인 대상으로만 진료하게 되는 조건부 허용이라지만 원칙을 저버렸으며, 한국 보건의료의 미래에 구멍을 내버린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어서 의료인으로서 분명히 반대의 얘기를 하고 싶다.

영리병원에 대한 몇 가지 왜곡된 생각들이 있다. 첫 번째 환상은 국가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서 그 예로 싱가포르를 들지만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추진하려는 규모의 병원이 제주도 지역경제를 살릴 수준인지 묻고 싶다. 의료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지역경제에 성냥불 정도의 도움을 줄 거라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당장 걷어치우라고 말해야 한다. 다른 측면으로 작은 규모의 영리병원이기 때문에 제주도, 더 나아가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절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또한 환상이다. 영리병원 허용은 곧 필수 의료인력 부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건강보험이라는 울타리를 부수고 민간보험을 통한 영리병원 이용이 늘게 되어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기둥인 전국민건강보험이라는 둑에 구멍이 생기게 할 것이다. 영리병원이 의료의 질, 혹은 의료서비스를 높일 것이라는 착각도 있다. 그 어느 나라도 영리병원을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인 경우는 없다. 이익을 쫓다보니 필요한 인력을 감축해서 의료사고가 나기 쉽고, 환자 관리는 더 형편없다는 게 여러 나라의 경험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차라리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와 제주도민들의 뜻에 따라 영리병원 취소를 결정하면서 비용이 들더라도 훗날의 더 큰 비용을 줄일 생각을 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은 자본이나 불확실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한 나라의 보건의료는 근본적으로 사회서비스이며 일종의 공공재와 같기 때문에 투자자의 소득 극대화를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느니, 일자리 창출이라는 거짓된 논리로 허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고병수 제주시 탑동365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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