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의 행복한 마을경제를 꿈꾸며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의 행복한 마을경제를 꿈꾸며
  • 입력 : 2018. 12.12(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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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앞의 가장 좋은 비옥한 밭은 십여 개의 두둑으로 구획하여 아주 네모지고 고르게 만들어 네 계절의 채소를 차례로 심어 집의 먹거리를 공급한다… 집 뒤에 유실수를 심는다. 먹고도 남으면 먼저 익은 것 골라내서 시장에 가서 이를 판다… 좋은 것은 벗과 이웃에게 나눠준다. 특용작물은 높은 수익을 보장해준다. 이렇게 온 가족의 먹거리를 자급하고, 나아가 생계에 보탬을 준다. 여기서 삶의 여유가 생겨나고, 구김살이 펴진다.' 다산의 '텃밭 가꾸기' 내용이다. 자본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조선 봉건사회의 자생력 있는 농촌 살림을 생각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현재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온갖 문제점이 노출된 상태에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은 '사회적 경제'다, 사회적 경제인 경우, 수익창출을 추구하는 일반기업과는 달리, 소득은 미흡해도 생산라인에 투입된 비용까지 경제공동체 안에서의 소비이므로 소득과 같은 가치로 다뤄지기 때문에, 그 성공여부는 얼마만큼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가능한가에 달려있다. 관련자들의 말로는 마을기업의 대부분은 '사업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오인해서 지원금이 끝나면 사업도 끝나는 형태,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정체계, 기업 참여자들의 사회적 경제 인식 부족 등'의 문제로 도내 31개의 마을기업 중 11개가 휴면상태로 30%만 정상 가동된다고 하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규모 자영농이 대기업들과 맞서기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예이기도 하다.

비교적 성공했다는 '무릉외갓집'의 경우, 9년 만에 작년 총 매출이 6억이었고, 전체수익률에 비해 배당금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을기업의 특성상 자생하고 있다는 것, 그 생존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말한다. '덕천이모네식품'인 경우는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마을에 이익을 주고, 농한기에 부수입도 올리며, 여가시간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창업한지 5년, 매출액은 5천만원이다. 돈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지만 반응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여 원료비가 인상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전통사업을 계승한다는 보람으로 지속하고 있다. 마을기업에 보다 원활한 마케팅지원사업이 필요하다는 여러 의견에 마을지원사업 관계자는 '마을기업은 지역 주민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라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사업과는 다른 점이라는 걸 재차 강조한다. 간접적인 지원사업을 애써 펼치는데도 신청도 하지 않으면서 모자란 지원책만 나무란다고, 행정에는 무관심한 농촌지역의 폐쇄성과 인식부족을 지적한다. 그러나 현장의 입장은 다르다. 경영전문가가 아니라서 행정적 규격에 맞추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이 매우 서툴고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고, 제시되는 '조건' 역시 턱없이 높아서, 사는 것이 바쁜 농민들 일상에 맞지 않아,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성가신 일'이 되고 만 것뿐이다. 서로의 공무를 눈높이가 맞지 않아 인식하지 못하는 건 피차 매한가지다.

역시 마을경제는 주체가 주민이니 규격화된 하향식 계획경제보다 자유로운 상향식 경제개혁이 더 바람직하다. '혁신 제주' 구호를 외치기보다 지역주민들의 진정한 욕구를 찾고, 그 눈높이에 맞추어, 양보다 질적인 육성에 더욱 집중하여 마을의 커뮤니티가 자라 경제적로 자생,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지역 간의 특성을 연결하고 공유점을 찾는 센터로서의 역할에 역점을 두는 제주도여야 하지 않을까.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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