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시장 직선제로 못박고 논의하라니

[사설] 행정시장 직선제로 못박고 논의하라니
  • 입력 : 2018. 12.10(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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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다양한 요구가 터져 나온다. 제주도가 이미 예고한대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도 도의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새로운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행개위 권고안만을 그대로 내놓아 아쉽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특별법 제도개선 과제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행개위는 지난해 6월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 ▷행정시 4개 권역 재조정(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를 골자로 한 권고안을 제주도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행정시장 직선제는 도의회 동의와 제주특별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행정시 권역 조정은 관련 조례 개정으로 가능하다.

그런데 이날 안 정무부지사의 언급은 생뚱맞기 그지 없다. 그는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한 보다 폭넓은 방향의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같은 차원의 수정안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행정시장 직선제를 골자로 한 수정안만 제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제주도가 도의회의 얘기를 듣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행개위가 제시한 권고안으로 못박아 놓고 논의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제주도는 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도민여론이 왜 나오는지 모르는가. 특별자치도 출범 후 도지사 권한 집중과 행정의 민주성 저하 등으로 행정체제 개편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된 것이다. 최근 시민사회단체나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은 아예 듣지 않는가.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지난달 "행정시장 직선제는 오답노트"라며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다양한 논의와 공론화를 통해 도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도 얼마전 한 토론회에서 "기초자치권이 보장되려면 유일한 대안은 기초지자체 부활"이라고 단언한다. 하 대표는 "자치입법권·자주재정권이 없는 하부 행정기관장에 불과한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하고 나섰다. 아무 권한이 없는 행정시를 늘리는 것은 되레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만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행정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다. 그런만큼 도의회에서는 행개위의 권고안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제 부활 등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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