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 의사결정 여성 참여 기반 취약

제주 마을 의사결정 여성 참여 기반 취약
17개 마을 조사 결과 대부분 부녀회 '마을 며느리' 인식
개발위원회 여성비율 미미하고 1가구 1표제 시행 마을도
제주여민회, 성평등마을규약 제정·개발위 여성할당 등 제언
  • 입력 : 2018. 12.09(일) 17:59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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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제주벤처마루에서 '마을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제주지역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와 여성의 경험'에 대한 주제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진짜 그거라. 남자가 여자보다 못한데도 다 이장하거든? 선거로 하는 거니까. (중략) 남자들이 (이장한다는) 여자의 남편에게 뭐라고 이야기하지, 여자가 나서게 놔둔다고. "무사 너네 각시 설치게 나둼시니"라고."

"남성들에게 맡기다 보니까 지연, 학연, 혈연, 동네 누구누구 괸당 문화다 보니까 발언을 못하잖아요. 지역에서 공정한 답이 나오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제주 마을공동체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갔더니 여성들이 이런 말을 털어놨다. 마을 의사결정구조에서 제주 여성들의 입지는 예상보다 더 '바닥'이었다.

제주여민회는 2018제주여성친화도시 우수사업으로 '제주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 마을로 들어가다'를 진행했다. 지난 8월 제주 여성친화도시 서포터즈단을 꾸렸고 9~10월엔 인구수가 많은 동·서 마을인 애월읍과 조천읍을 택해 이사무장, 부녀회장 등을 인터뷰했다. 지난 8일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마을 여성대표성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제주지역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와 여성의 경험'이란 제목으로 그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개 마을에서 여성들의 중심 역할은 '마을 며느리'로 마을 행사 음식 준비에 동원되는 것이었다. 마을 실무조직의 하나인 청년회보다 평균 20년 이상 마을 노동을 더 하면서도 그에 합당한 대우나 보상은 없는 실정이었고 독립된 공간마저 확보 안된 경우가 많았다. 사무장 역시 1인 여성근로자로 취약한 근로조건에 놓여있었다. 여성 이장 선출 가능성은 마을 남성들의 반발과 여성 지지기반의 취약성으로 요원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마을 내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개발위원회는 대상 마을 중 절반 가량이 여성위원이 부녀회장 1명에 그쳤다.

이에 제주여민회는 ▷성평등마을규약 표준안 마련 ▷여성할당 40% 등 개발위원회 성별 균형 구성 ▷마을선거 1인 1표제 개선 ▷마을 부녀회 독립공간 확보 ▷마을 사무장의 위상 재정립 ▷성역할 구분 해체와 성평등 교육 강화를 정책으로 제언했다. 제주여민회는 "마을의 중요조직 구성 시 성별·연령 균형 구성, 투표권 부여 방식에 따른 성차별 해소, 공동체 노동의 공평한 분배,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을 담보할 수 있는 성평등마을규약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마을조직을 대상으로 성인지감수성과 성인권, 민주적 주민자치, 여성대표성 등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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