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갈림길

[허상문의 에세이로 읽는 세상] 갈림길
  • 입력 : 2018. 12.05(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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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가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이 길인가, 저 길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선택한 길이 잘못된 길이었던 것이다. 잘못 선택한 길은 갈수록 수풀과 가시덤불로 가득한 험한 길이었다.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이 길을 되돌아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그대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날씨는 자꾸 어두워지고 비구름이 밀려와 금세 비라도 쏟아질 듯하다.

인생길에서도 수많은 갈림길을 만나고 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 사람과 저 사람 중에서 누구를 선택할까, 이 물건과 저 물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까. 이 일과 저 일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까.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인생길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길은 주저 없이 선택해 앞으로 나아가곤 하지만, 때론 갈림길 앞에서 한참을 주저하기도 하고, 때론 밟았던 길을 되돌아와 다시 갈림길 앞에 서기도 한다.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당하면서 비틀거리고 고민하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만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길은 두 갈래 길로 나뉜다.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알려진 길과 알려지지 않은 길, 길 있는 길과 길 없는 길. 삶이라는 이름 아래, 선택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하나의 길을 걸어가야만 한다.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도 단풍 든 숲속에 나 있는 두 갈래 길을 만난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고민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길을 선택하고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고 말한다.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속의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인생의 갈림길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곳으로 가자고 결심을 해 본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은 항상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무슨 일이든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시간과 여건과 상황이 그에게 총체적으로 우호적인 경우는 드물다. 시간에 쫓기거나 여건이 불리하거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결단을 내리면,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과 에너지가 그 목표에 집중되므로 한 번 내린 결단을 중도에 뒤집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그렇지만 결단의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열차는 지나가 버리고 만다. 또한 한번 떠나간 열차는 좀처럼 다시 오지 않는다.

갈림길에서 한 번 선택한 것은 선택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오랜 망설임 끝에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한 나 자신에게 만족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평생을 두고 그 선택에 후회하게 된다. 따라서 선택을 한다는 것은 행위의 시동을 거는 것임과 동시에 그 결과와 미래에 대해서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택하고 결단한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뛰어드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결단을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잘못된 결단보다 더욱 나쁜 것은 아예 결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치열한 고민 끝에 결단하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은 위대하다. 결단은 반드시 희생을 동반한다. 결단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어울리는 성취도 있을 것이다.

한해를 거의 보내면서, 무언가 새로운 다짐을 하고 결심을 해야 할 시점에 놓인 우리는 과연 무엇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고 결단해야 할 것인가. <문학평론가·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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