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 너머 비극 제주 골목길 빛이 치유하리

달콤함 너머 비극 제주 골목길 빛이 치유하리
22년 만에 김해곤 회화전… "민중미술 넘어 인류 미술"
아픈 몸 재료 이용 한계로 프린트한 뒤 수성물감 작업
  • 입력 : 2018. 12.04(화) 18:4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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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의 '마을은 사라졌지만 사람은 살아있다 2'.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났을 때 작업실엔 커다란 화판이 놓여있었다. 문화 기획자, 갤러리 대표로 익숙한 그였기에 그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그가 보내온 전시 도록을 펼쳐보니 그날 그는 '세습의 차가운 예감'이란 제목의 작품을 그리던 중이었다. 이달 7일부터 19일까지 제주성안교회 성안미술관에서 회화전을 여는 제주 김해곤 작가다.

홍익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마친 김 작가가 회화 작품을 마지막으로 발표한 해는 1996년. '항해자(A Navigator)'란 이름 아래 20점이 나오는 이번 회화 개인전은 22년 만이다.

먼 길을 돌아오는 동안 그에겐 유화물감, 화학 재료, 안료 등을 사용할 수 없는 병이 생겼다. 쓸 수 있는 재료의 한계 탓에 표현하고 싶은 대상을 화면에 옮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과 회화의 결합,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을 시도했다. 보여주고자 하는 소재를 모아 컴퓨터안에 재구성한 뒤 디지털 프린트해 그 위에 수용성 물감을 이용해 묘사를 해나갔다.

"민중미술을 넘어 인류의 미술을 추구하고 싶다"는 작가는 밝고 달콤한 세계 너머에서 벌어지는 어둡고 비극에 찬 사람들의 사연에 눈길을 뒀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서슴없이 죄악을 짓고 살아가는 권력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선악과를 권하는 사회', '절대절명', '붉은 바람' 등 출품작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진과 명화를 차용해 그려졌다.

제주 골목길을 산책하며 나무와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매료되었던 순간들은 '빛의 형상' 연작으로 살아났다. 작가는 마술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형상들에서 고뇌하는 사람이나 신의 얼굴을 봤다.

미술관 개방 시간은 오전 10~오후 6시. 개막 행사는 7일 오후 6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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