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줄 없는 가을, 제주 자연이 들려준 말

시 한 줄 없는 가을, 제주 자연이 들려준 말
장영춘 시집 '단애에 걸다'… 익숙한 풍경의 조용한 위로
  • 입력 : 2018. 11.21(수) 18:44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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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길을 나선 곳곳, 아린 감정이 전해왔다. 하늘로 향하는 듯한 오름을 올라도, 끝간 데 없어보이는 바다에 서도 그는 그랬다. 이게 다 '시 한 줄 없는 가을'('다시, 가을') 때문이다.

'이승이악 끝에 와도/ 이승을 모르겠네// 오늘따라 내 발길 예까지 왜 왔는지/ 산새도 모른다 하네, 새침하게 쳐다보네'('이승이오름' 중에서).

2001년 '시조세계'로 등단한 이래 시집 '쇠똥구리의 무단횡단' 등을 내온 제주 장영춘 시인이 새 창작집을 냈다. 시집 '단애에 걸다'로 '가도 가도 아프도록 멀기만 하다'는 시인의 고백으로 첫 장이 열린다.

50여 편이 펼쳐지는 시집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과물', '장한철 산책로' 등 시인의 고향과 가까운 장소에서 '우도의 밤', '김녕, 성세기 해변'까지 그의 시는 제주 자연에 몸을 싣는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 이 땅의 삶을 지켜본 제주 자연의 사물들은 우리를 위로하고 용기내어 나아가라고 말해준다. 때로는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도 그들에게 비와 바람을 헤쳐갈 힘을 얻는다. 넘어져야 다시 일어설 수 있으므로.

'첫 발자국 떼는 것은/ 한 우주를 여는 것// 넘어지지 않으면/ 일어서지 못하지//아가야/ 세상의 중심은/ 흔들리며 가는 거야'('첫발' 전문). 황금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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