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들여 하수관 정비하면 뭐하나… 하천에 오수 콸콸

3조원 들여 하수관 정비하면 뭐하나… 하천에 오수 콸콸
제366회 제주도의회 2차 정례회 도정질문
이승아 의원 "행정이 정기적으로 무단배출"
원희룡 지사 "고의 연결도·내년 전수조사"
  • 입력 : 2018. 11.21(수) 18:14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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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 의원이 21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을 통해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문제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가 오수와 우수를 분리 처리하기 위한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진행했지만 비날씨와 맑은 날에도 우수관에 오수가 흐르는 등 오수유출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화역사공원 하수 역류 사태 이후 제주도가 대책으로 내세운 '하수처리량 증설'과 '원단위 적용'뿐만 아니라 차집관로(하수이동관로) 직경(구멍 크기)과 오접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전반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승아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오라동)은 21일 제366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중 제5차 본회의에서 도정질문을 통해 하수관거정비 및 하수도 시설 유지 관리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이 의원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오수(가정용 허드렛물)와 우수(빗물)를 분리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1996년부터 2035년까지 3조2685억원을 투입해 종전 합류식 하수관을 분류식 하수관으로 바꾸는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계획 사업량(5505㎞) 중 2017년 12월 말 현재 완료된 합류식·분류식 관로는 4206㎞이며, 이 가운데 82%인 3456㎞가 분류식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장기적으로 진행 중인 분류식 하수관거 사업이 효과가 없어 악취 등 여러 문제가 대두돼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며 "분류식 하수관거 정비사업 지역과 합류식 하수관거 지역이 혼재돼 비만 오면 하천으로 하수가 유입돼 하천오염과 연안해양오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지속적으로 악취 민원이 제기되는 병문천 일대를 확인한 결과 분류식 사업이 완료된 터미널~오라지구대 주변 차집관로 관경은 250㎜이지만 이 관로에 300㎜와 250㎜ 오수관로 관경, 600㎜와 400㎜ 합류식관로 관경이 연결돼 비만 오면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차집관로 우수토실로 하수가 유출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토실은 합류식 하수관거에 우수량이 일정량 이상 도달하면 그 이상의 우수를 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직접 방류하기 위한 장치를 말한다. 이 의원은 "하수관리 시스템상에는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지역으로 표시되지만 차집관로의 관경이 작아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분류식 하수관로의 관경을 증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이어 "확인 결과 맑은 날에도 관경의 70% 이상에서 인분 등 각종 오수가 흘러 우수토실로 하천에 유출되고 있었다"며 "분류식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차집관로를 증설하거나 병행해야 하는데, 행정에서 이를 인지하고도 아직까지 증설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설치하는 시기에 따라 예산과 기준이 달라서 굵은 관이 가는 관에 연결돼 있는 문제가 있다"며 "곳곳에 오접이 있는 것은 공사 과정에서 잘못된 곳도 있지만 각 가정에서 공사하면서 고의적으로 연결한 곳도 있어서 내년에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가축분뇨를 무단배출하면 2년 이하의 또는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발금에 처해지고, 때론 영업폐쇄 명령도 내리고 있다"며 "행정은 정기적으로 하수를 무단배출하는데, 이건 합법이냐"고 질타했다.

 김태석 의장(더불어민주당, 제주시 노형동갑)도 "제주시 동지역의 우·오수 분류식 하수관로 정비사업이 대부분 완료됐지만 3선의원인 저도 이런 문제는 미처 몰랐다"며 "강창석 상하수도본부장은 전수조사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도 함께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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