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제주의 3대 미술제 소견

[김영호의 월요논단] 제주의 3대 미술제 소견
  • 입력 : 2018. 11.19(월) 00:00
  • 김경섭 수습기자 kk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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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주비엔날레가 탄생됨으로써 제주도에는 세 개의 대표적인 미술제가 존립하게 되었다. <제주비엔날레>와 <제주미술제> 그리고 <4·3미술제>가 그것이다. 이들 미술제는 오랜 세월 동안 저마다의 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운영되어 왔다. 1995년 <제주프리비엔날레>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롭게 문을 연 제주비엔날레가 국제적 차원의 문화교류를 위한 것이라 한다면, 제주미술제는 지역미술인들의 네트워크를 튼실히 다지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4·3미술제는 평화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결속된 사회참여적 미술운동의 플렛폼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제주미술인들의 숙원사업으로 등장한 <제주비엔날레>는 무리한 일정과 조직 그리고 운영에 대한 총체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존립을 희망하는 미술인과 도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극복과 개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9월 새로 취임한 최정주 도립미술관장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미술관 사업으로 진행되었던 '비엔날레'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작고 강한 비엔날레'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도내외 미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서도 신임관장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며 "열심히 하면 예산 부분도 도와주겠다"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1991년에 창립되어 올해 24회 행사를 치룬 <제주미술제>는 제주미술인이면 누구나 창작 성향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미술제로서 지역미술의 활성화에 큰그릇으로 기능해 왔다. 공과를 함께 따지자면 제주미술제는 한동안 '지리멸렬한 지역 연례행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조직위원회는 네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의견개진을 하면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국미술협회 제주도지회와 탐라미술인협회, 한라미술인협회, 한국미술협회 서귀포지부 등 네 개 단체가 공동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치룬 24회 제주미술제가 다양한 기획과 운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역시 반가운 일이다.

1994년 창립된 탐라미술인협회의 주력사업으로 시작되어 올해 25회 행사를 치룬 <4·3미술제>도 기존의 폐쇄적 틀을 넘어 소통의 시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회부터 예술감독제를 도입하고 국내외 작가들을 초대해 확장을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4·3은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며 제주의 현대사를 직시하고 평화와 인권에 대한 의식을 지닌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2000년 김대중 정부에 의해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된 이후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된 것이다. 2008년 제주4·3평화기념관과 제주4·3평화재단 설립은 탐라미술인협회의 주도로 제주도민들이 일구어낸 성과다.

이상에서 보듯 제주의 3대 미술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결속과 주인의식을 강화하는 문화적 소통의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제주미술제가 지역미술의 건강성을 증대하는데 특화되어야 한다면, 4·3미술제와 제주비엔날레는 범위를 확대해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환태평양지역의 국가를 아우르는 미술제로 육성의 향방을 잡아야 한다. 특히 막 태어난 제주비엔날레가 신생 비엔날레로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술제가 되려면 조직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제주 미술문화의 균형 잡힌 지형도를 구축하는데 제주 미술인들 모두가 관심으로 참여하고 지혜를 모을 때가 되었다.

<김영호 미술평론가·중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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