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도의 현장시선] 비리가 용인된 어음풍력발전 재판결과 유감

[김정도의 현장시선] 비리가 용인된 어음풍력발전 재판결과 유감
  • 입력 : 2018. 11.16(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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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로 얼룩진 어음2리 육상풍력발전사업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사업허가 취소 소송에서 제주도가 패소했다. 제주지방법원은 한화건설의 자회사인 제주에코에너지가 제주도를 상대한 제기한 개발사업시행승인 및 전기사업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사업 승인의 필요 요건 등과 무관하게 그저 부도덕한 행위가 개입됐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자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참으로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업허가를 위해 뇌물이 오가고, 공무원과 공모해서 심의위원의 명단과 개인정보, 행정자료인 회의록까지 무단으로 수집해 허가과정에서 활용했는데도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니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심지어 이 모든 죄가 인정되어 연루된 사람 모두 벌금, 추징, 징역형(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의 행위가 그저 부도덕한 행위였을 뿐 사업허가와는 무관하다니 상식적으로도 법의 정의 측면에서도 모두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단순 사법부의 판단의 오류나 편협의 문제라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충분한 변론과 방어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들이 판결문에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판결문은(2017구합5397) 단순한 사실 확인만으로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논리조차 제주도가 방어하지 않았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한화측은 공무원과 공모해 사업허가에 도움이 되는 자료 즉 심의위원명단과 개인정보, 회의록을 취득했다. 이는 심의위원들의 사업에 대한 입장을 회의록을 통해 확인하고 사업허가에 유리하게 심의위원들을 접촉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실제 한화측은 심의위원들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

그런데 재판부의 판결문에서는 놀라운 논리가 나온다. 심의위원에게 부당하게 접촉하고 그에 따른 문제제기로 심의위원회 개최가 취소된 것은 인정되지만 취소된 후 다시 열린 심의위원회에서 사업허가가 원안의결 되었고, 새롭게 열린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이 지난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심의위원회 재개최에 대한 여론은 뜨거웠다. 명백한 불법행위에 따라 사업허가 취소사유에 해당되는 사항인데도 사업허가를 추진한다는 문제제기였다. 이에 대한 행정의 특혜와 사업자의 지속적인 로비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비판과 논란에도 심의는 강행되었다. 심의가 강행에 대해 도민사회는 제주도가 사업자의 로비와 압력에 굴복했다고 성토했다. 지난 사정들로써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런 얼토당토않은 심의결과를 만들어낸 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은 교체되거나 새롭게 구성된 바도 없다. 한화의 로비와 압력이 행정과 심의위원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정과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고 재판에 임했다면 이런 형태의 판결문을 도민들이 받아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판 부실대응 논란에도 제주도는 법리검토를 통해 승소가능성을 검토한 후 항소를 고려한다고 한다. 다소의 비리를 통해 사업허가를 획득해도 문제없다는 메시지가 개발사업자들에게 퍼져나가고 이에 도민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임에도 참 태평한 제주도가 아닐 수 없다. 비리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비리를 근절하는 것이 제주도가 할 일이고, 풍력발전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수호하기 위해 분연히 나서는 것이 제주도의 책무다. 제발 지금이라도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즉각적인 항소에 나서주길 바란다. 철저한 재판 준비와 분석으로 상식적이고 정의로운 판결문을 제주도민이 받아볼 수 있길 기대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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