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제주 숲에 깃든 신화… 불 밝힌 진혼가

오래된 제주 숲에 깃든 신화… 불 밝힌 진혼가
기당미술관 현충언 임성호 고승욱 강태환 4인 초대전
'빛과 어둠…' 주제 구현한 평면·설치에 제주땅 사연
  • 입력 : 2018. 11.14(수) 18:4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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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욱의 '돌초 7-2'.

서귀포시 삼매봉 자락에 들어선 제주도립 기당미술관이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붙잡은 주제는 '빛과 어둠-현현(顯現)과 그림자'다. 이원론적 사고론 설명하기 어려운 무수한 '경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빛과 어둠으로 단절된 세계를 넘어 이 땅에 숨쉬는 존재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보려는 작품들이 펼쳐지고 있다.

초대 작가는 4명이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한 전시장 안에 모이기 어려운 중진과 신진을 한자리로 불러냈다. 제주작가 현충언 임성호 고승욱 강태환이 그들이다.

오랜 기간 서귀포에 둥지를 틀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현충언은 근래 '오래된 숲'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 뜨고 지는 해를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초현실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담아냈다.

임성호는 '신화의 섬', '백록을 기다리며' 등 어둠으로 뒤덮였을 태초의 시간에서 시작되는 제주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두터운 캔버스를 칼로 긁어내며 수채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고된 방식으로 작품을 탄생시켰다.

고승욱은 제주 해안, 수월봉, 송악산 등에 자그만 불을 밝혔다. 퍼포먼스, 설치, 미디어 등을 넘나들고 있는 그는 이번엔 사진 작업으로 제주4·3의 수난이 떠오르는 이 섬의 생명들을 어둠 아래 더 반짝이는 빛으로 진혼한다.

청년 작가 강태환은 광섬유 다발을 이용한 '유영공간'을 설치했다. 빛이 뚝뚝 폭포처럼 떨어지는 듯한 그 공간 사이로 바람만 흘러드는 게 아니다. 문득 지난날의 수많은 사연이 스친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64)733-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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