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축제가 빈번히 열리는 도시나 축제장에 가면 어디에선가 많이 봐 본 듯한 캐릭터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우를 자주 보았을 것이다. 어떤 지역은 젊은이들의 우상인 아이돌 그룹을 캐릭터로 아예 전시하거나 코스프레 하는 경우도 많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체험해보는 미디어로 아주 가까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의상을 의미하는 'costume'과 놀이를 의미하는 'play'의 합성어를 줄여서 표현한 일본식 용어인 코스프레는 유명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방하여 같은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며 행동을 흉내 내는 일종의 퍼포먼스에 해당한다.

고대 로마시대의 죽은 사람의 얼굴 가면을 쓰고, 영국에서는 죽은 영웅들을 추모하는 뜻의 예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미국으로 넘어가 만화캐릭터들의 의상을 입는 축제로써 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만화, 게임, 영화, 연예인 등 여러 가지 장르의 캐릭터들의 의상을 만들어 확대되었다. 생각해보면 슈퍼맨을 흉내 내며 어깨에 보자기를 둘러본 경험과 야리야리하고 샤프한 세일러문의 정의의 검도 휘둘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는 날이 갈수록 화려하고 장신구의 세련됨과 시나리오의 갈등구조, 긴박감 느끼는 환경 설정, 게임의 승패감은 자극할 만한 요소이다. 이를 흉내 내는 코스어는 게임 속 섹시모드 소피티아나 마그나 카르타 같은 카리스마 캐릭터에 몰입 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코스프레 콘테스트, 만화주제가 경연대회, 일러스트 판매 등의 가치 창출은 새로운 콘텐츠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코스프레 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면서 모방심리로 인한 심한 노출, 심지어 좀비 등의 기괴한 복장과 분장 때문에 정서에 빗나가는 사회문제라고 지적 받기도 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의 새로운 바람과 문화는 이제 뭔가가 아니면서 뭔가인 것처럼 거짓 행세를 한다는 의미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방송이나 언론 등의 매체에선 보통은 '피해자 행세'라고 불린다. 이를 '피해 코스프레'라고 하는데, 피해자가 아닌데도 피해자인 척하는 언행을 말한다. 자기가 가해자인데도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역공작을 펼치는데 이를테면, 정치권력의 획득을 위해 피해자인 척 하는 것이다. 반대파에 의해 가장 탄압을 많이 받은 사람, 정치운동의 과정에서 가장 희생을 많이 한 사람에게 정치적 리더십과 도덕적 권위를 인정하려 하는 것이 인간의 동정 심리이기 때문에, 자기가 겪지 않은 피해와 희생을 억지로 만들어내어 정략적 의도, 정치적 야망이나 보상에 대한 욕심 때문에 피해를 가장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또는 자기에게 누군가 조금이라도 바른 말을 하거나 뜨끔한 소리를 할 때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충고자를 오히려 팩트 폭력범으로 만들기도 있다. 이른바 자기정당화하기 위한 코스프레이다. 인터넷에서의 무고한 사건들도 환경만 다를 뿐 비슷한 성향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사실 인간관계이다. 인생 또는 사회생활에서 일정한 곤란과 압박의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이 자기 실수 혹은 잘못 때문은 아닌지, 누구나 겪기 마련이고 극복해야 하는 삶의 과정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 무조건 자기는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며 징징거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주변의 관심을 유도하는 패턴은 아닌지, 피해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다가 들통이 나는 코스프레는 아닌지 정말 사람을 소중히 생각해야할 때이다.

여러분도 어떤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노미경 한국스토리텔링작가협회 제주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