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어가는 제주 지정 향토음식점

설자리 잃어가는 제주 지정 향토음식점
한때 100곳 육박.. 2010년이후 눈에 띄게 감소
올해 56곳 영업.. 두차례 공고에도 응모업체 '0'
원재료 가격 부담.. 20~30대 퓨전음식에 몰려
  • 입력 : 2018. 11.12(월) 18:0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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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지정해 관리하는 제주향토음식점이 퓨전 음식 등에 밀려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2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지정 향토음식점은 56곳(제주시 49곳·서귀포시 7곳)으로 1년 전에 비해 13곳이 줄었다. 지난해 제주도는 도내 향토음식점 69곳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여 기준에 미달한 13곳을 지정 취소했다. 지정 취소 사유를 보면 인수, 합병과 같은 '영업자의 지위 승계'가 10곳으로 가장 많았다. 또 폐업 또는 시설 개보수로 인한 영업중단을 이유로 3곳이 향토음식점 지위를 박탈당했다.

 한때 도내 지정 향토음식점은 100곳에 육박할 정도로 성업했다. '제주도 향토음식 육성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된 첫해인 지난 2009년에는 제주시 76곳, 서귀포시 18곳 등 모두 94곳이 지정 향토음식점 간판을 달고 영업했다.

 그러나 지정 향토음식점 열기는 오래 가지 못해 2010년대 중반 무렵부터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 2015년 한해 전체 향토음식점(85곳)의 20%에 가까운 16곳이 지정 취소된 데이 어어 2017년에도 비슷한 폭으로 줄었다.

 특히 2년마다 돌아오는 지정 향토음식점 정기 심사가 이달 중순 예정돼 있는 만큼 심사 결과에 따라 그 수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향토음식점으로 지정 받길 원하는 신규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부터 2년 간은 신규 지정 업소가 없었고, 2013년엔 7곳, 2015년 4곳이 추가 지정되는데 그쳤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 2차례 모집 공고에도 응모하는 음식점이 없었다.

 향토음식점 업계는 높은 원재료 값 부담과 달라진 관광 패턴으로 인해 손님이 감소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정 향토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정 향토음식점은 무조건 음식의 주재료를 제주산으로만 써야 한다"며 "제주산 식재료의 대부분이 수산물인데 값도 비쌀뿐더러 생산량이 워낙 들쑥날쑥 해 물량 확보도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로 관광을 오는 주요 연령층이 40~50대에서 20~30대로 재편되고 있고 이들이 주로 찾는 메뉴는 향토음식이 아니라 퓨전 음식과 프랜차이즈점 메뉴"라며 "이 상태로 가다간 향토음식점이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는 향토음식점 업계의 위기 의식을 공감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향토음식점이 처한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 향토음식 지원·육성 방안을 찾기 위한 용역을 벌이고 있는 데,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발전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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