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70대 노인 2명이 바다에 나선 사연은?

제주 70대 노인 2명이 바다에 나선 사연은?
1일 실종된 서귀포 갈치잡이 어선 집중 수색 종료
구인난·수십배 오른 선불금 부담에 지인끼리 조업
도내 어선 1986척 가운데 558척이 '나홀로 조업'
  • 입력 : 2018. 11.12(월) 16:59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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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해경에 의해 발견된 실종 어선 S호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스박스.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서귀포 해상에서 실종된 갈치 잡이 어선에 대한 집중 수색이 9일 만에 중단된 가운데 해당 어선이 열악한 환경에서 조업을 이어왔던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제주도어선주협회와 서귀포시어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새벽 서귀포 남쪽 해상에서 실종된 서귀포선적 갈치 잡이 어선 S호(3.36t·승선원 2명) 선장 김모(73)씨는 평소 나홀로 조업에 나서다가 최근 채낚기 시기를 맞아 지인인 이모(70)씨와 함께 조업을 했다. 채낚기는 선원이 많을 수록 어획량을 늘릴 수 있는데, 정식 선원을 구하려면 400~500만원의 선불금이 들기 때문에 70대 노인 둘이서만 바다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통상 5t 미만 소형 어선이 채낚기를 하려면 선원 4명 정도가 탑승한다.

 김상문 제주도어선협회 회장은 "제주 어업계 전체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고,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영세 소형어선에게 그 여파가 가장 빨리 찾아오고 있다"며 "특히 채낚기 선불금이 과거 20~30만원에서 최근 수 십배로 오르면서 할 수 없이 나홀로 조업 혹은 지인만 데리고 바다에 나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홀로 조업은 대부분 5t 미만 소형선박이라 사고 위험이 높을 뿐만 아니라 60세 이상 고령자가 상당수이기 때문에 사고 대응에도 취약하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 있는 어선은 약 1986척이며, 이 가운데 558척(28%)이 나홀로 조업에 나서는 어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나홀로 조업을 하고 있는 A(63)씨는 "선원을 구하기 힘들 뿐더러 선불금도 비싸 혼자 바다에 나서고 있으며, 바쁠 때는 아는 지인을 섭외해 조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인원이 적다보니 그물을 끌어올리는 등의 작업이 몰리면 배 안을 정신없이 돌아다녀야 해 여러번 아찔한 상황을 겪는다"고 말했다.

 구명조끼 착용에 대해서는 "그물에 구명조끼가 자주 걸리면서 오히려 더 위험하다. 사실상 착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해경에서는 영세 소형어선에 대해 혼자가 아닌 여러 선박과 함께 '선단'을 꾸려 조업에 나설 것을 당부하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는 올해 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벨트형 자동팽창식부이 구명장비' 600개를 구입·보급하고 있다.

 한편 해경은 S호에 대한 집중 수색을 지난 9일 종료했으며, 김씨와 이씨의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7일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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