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한 때 한라산 백록담에 헬기 착륙 가능할까

김정은 방한 때 한라산 백록담에 헬기 착륙 가능할까
대형 헬기 네 차례 이·착륙 사례, 분화구 둘레 1천720m로 공간 충분
겨울 돌풍·적설 안전문제 관건…기존 헬리패드 이용땐 합수행사 곤란
  • 입력 : 2018. 11.12(월) 14:3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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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때 한라산을 찾게 된다면 백록담 분화구에 헬기를 이·착륙시키는 방안이 언급되면서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한라산 정상(해발 1천950m) 백록담 분화구는 둘레가 1천720m가 되며 깊이는 108m 정도의 화구호다.

 백록담을 둘러싸고 있는 분화구 외부는 성곽처럼 보이며, 동·서면은 높고 남·북면은 상대적으로 낮다.

 분화구 내부는 일부 물이 고여 있기도 하고 대부분 면적을 차지하는 초지에는 한라산 노루가 뛰어놀아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 한라산 백록담은 1만9천년 전인 신생대 4기 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라송이풀·돌매화나무·한라솜다리 등 희귀 식물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민족의 영산이며 남한 최고봉의 정상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백두산 천지와 더불어 국토를 잇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백록담 분화구 내부의 너른 초지에는 실제 대형 헬기가 착륙할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 있다.

 2016년 9월 진행된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지형·식생·기후 기초학술조사'에서 헬기가 분화구 내부에 네 차례 착륙, 장비와 인력을 날랐다.

 당시 착륙한 헬기는 S-61N 기종으로 탑승 인원이 28명이다. 길이는 17.4m로 대통령 전용 헬기보다 30㎝ 더 길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매해 6월 말∼10월 말 백록담 분화구에 헬기가 착륙할 정도로 날씨가 좋은 때가 있다. 작업 당시에도 날씨 영향을 덜 받고 안전하게 이·착륙했다.

 다만 분화구 내부에 헬기가 착륙하고 백두산 천지 물과 합수행사까지 진행하려면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선 겨울 한라산의 날씨다.

 김 위원장 답방이 예상되는 시기는 지금으로선 겨울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때는 아쉽게도 한라산에 강풍이 많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날이 많아 헬기 이동에서 안전문제가 관건이다.

 높이가 고르지 않은 분화구 외부 구조로 강풍이 불 경우 순간적으로 바람 방향이 바뀌는 돌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에는 백록담 주변 헬기 운항 자체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적설 문제도 있다. 분지 모양의 내부에는 바람이 덜 불어 눈이 수십m씩 쌓이므로 헬기 이·착륙이 어렵게 된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폭설이 내리게 되면 분화구 내부에 어느 정도 깊이까지 눈이 쌓일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겨울 한라산 날씨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날을 택일해 안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겨울에 한라산 날씨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날을 택일했더라도 내부에 물이 고여 있어야 합수행사를 온전히 치를 수 있다.

 분화구 내부 가장 낮은 지대는 화산 퇴적물인 스코리아(송이)층과 사질(모래 성분 토양) 퇴적층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물이 고였다가도 이내 분화구 내부로 빠져 버린다.

원희룡 "분화구 내부 점토 석회질 넣어 물 채우는 방안 의견교류"

 평상시에도 백록담 만수를 보려면 한라산에 폭우가 내린 다음 날 정상을 찾아야만 잠시 볼 수 있다.

 지난 10일 원희룡 제주지사가 한라산 정상을 찾아 점검하는 자리에서 분화구 내부에 점토와 석회질을 넣어 친환경적으로 물을 채우는 방안에 대해 의견 교류가 이뤄졌다.

 2003년에도 분화구 누수 방지를 위해 점토로 된 차수막 설치 방안이 검토된 바 있으나 문화재청이 이런 방안에 대해 문화재 보존·보호를 위해 반대 의견을 내놓은바 있다.

 원 지사는 12일 보도자료를 내 "남북 정상의 헬기 이용은 백록담에 헬기착륙장을 설치해 이를 이용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이번 남북정상의 백록담 방문 시에도 별도 인공적인 이·착륙 시설 없이 충분히 헬기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사전에 현장 점검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실제 남북 정상의 백록담 방문 시 헬기 이용 여부는 청와대 및 정부가 현장을 재차 확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며 "남북 정상의 백록담 방문과 관련해 한라산을 관리하는 도지사로 협조하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남북 실무자회담이 잘 성사되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남북 정상이 한라산을 방문하게 되면 제주도 행정은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라산 백록담에 어떠한 인공시설물 설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사전 현장 점검과 준비 차원에서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

 제주도는 이외 분화구 내부 헬기 이·착륙 방안 외에도 성판악 코스에 있는 헬리패드에 헬기가 착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착륙 시설이 있는 이 헬리패드가 정상과 가까이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곳에서 정상에 오른 뒤 분화구 내부까지 도보로 가는 길이 험하다고 멀다는 단점이 대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북악산 산행에서 '김 위원장이 답방하면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일정이 구체화하지 않아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전제한 뒤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 방문 당시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찾아 천지까지 내려간 적이 있어, 민족 화합의 상징이라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한라산을 방문하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올해 안에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북미 관계 일정을 조정하는 게 있지만, 남북관계 발전을 가속하기 위해 비핵화 등 모든 것을 종합할 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내에 이뤄지는 게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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